#직장인 A씨(여·34세)는 1년 만기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했다 원금의 25.5%를 손실봤다. 코스피200을 지초자산으로 한 이 ELS는 자동조기상환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기초자산의 만기평가지수가 최초 기준지수의 90%에 미만하거나 만기까지 한번이라도 최초 기준지수의 70% 이하로 하락한 적이 있는 3가지에 모두 해당할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주가연계증권이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인기를 얻었지만 이처럼 손실을 입는 투자자가 속출하자 최근 금융당국이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ELS 중에도 원금이 보장되는 파생결합사채(ELB)가 있다. 위험을 최대한 낮추는 또다른 안정형 금융상품으로는 은행예금, 공모주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머니마켓펀드(MMF), 신탁 등 안정적이고 확정금리형인 금융상품과 원금보장 ELB, 기타파생결합사채(DLB)로 기본적인 수익을 확보하고, 롱숏 ELB, 공모주펀드, 저낙인 ELS 등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조언했다.
ELB는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수익이 나면서도 안정성을 갖춰 안정추구형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사진/뉴시스
ELB, 원금보장형 ELS..매월 300~400개 발행
ELB는 쉽게 설명하자면 원금보장형 ELS를 뜻하는데, 상품구조는 ELS와 동일하지만 원금을 보장하는 파생사채상품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수익이 나면서도 안정성을 갖춰 안정추구형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과거에는 원금보장형 ELS로 분류됐는데, 지난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ELB로 분류가 바뀌었다.
12일 예탁원에 따르면, ELB는 올들어 매월 300~400여개가 발행됐다. 원금비보장형인 ELS가 1400~2000여개 발행된 것에 비해 규모는 작다.
최근 금감원은 "ELS 발행이 증가하고 있지만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투자자의 이해가 부족해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 피해 가능성이 크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ELS와 ELB는 총 6조9548억원(1959건)이 발행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월 들어 발행규모 증가세가 멈추고 발행 규모보다 상환금액이 더 컸다는 점이 특징이다.
증권정보포털(www.seibro.or.kr)에서 각 금융사에서 발행한 ELB 상품을 조회해볼 수 있다. ELB는 안전추구형 상품인 만큼 1개의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하나대투증권, 동부증권, 키움증권 등에서 신규 ELB 상품을 선보였다.
하나대투증권은 '대한민국만세 ELB'를 오는 14일까지 모집한다.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101% 원금을 보장하며, 지수 상승에 따라 4.75%까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다. 이 회사는 특히 오는 8월15일까지 매주 시장상황에 맞춰 저금리 대안형으로 원금보장형 ELB를 구성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
동부증권도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동부 세이프 제 148회 ELB'를 최근 판매했다. 1년6개월 만기로 원금 102% 보장형으로 출시했으며, 평가기간 중 기초자산이 종가기준으로 최초기준가격의 120%를 초과 상승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는 경우 2%의 수익을 제공하는 구조다. 평가기간 동안 기초자산이 최초기준가격의 120%을 초과 상승한 적이 없고, 기초자산의 만기평가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100% 초과 120% 이하에 있는 경우, 해당 만기수익률만큼 수익을 지급해 최대 10%의 수익도 가능하다.
키움증권은 최근 미국 바이오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B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나스닥 상장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s)'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금보장형 상품이다. 투자기간은 1년이며 100만원 단위로 청약한다. 최종 기준가격결정일까지의 기초자산 흐름에 따라 세전 투자수익률은 최소 연 0%~최대 10%로 나뉜다.
손실 없지만 수익 0% 될 수도…예금자보호 안돼
그렇다면 ELB는 모두 안전할까. 원금보장이라는 장점만 보고 ELB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아무리 원금보장형이지만 은행이자와는 다른 구조라는 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금융사에서 제시한 최고수익률은 실제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이해하자. 일반 예금이나 적금은 만기 때 받을 수 있는 수익률이 정해져있지만, ELB의 수익률은 상품의 기초자산 가격과 정해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은행 예금처럼 무조건 정해진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가입한 시점과 비교해 만기 때의 기초자산의 위치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이익이 전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기간이 1년이든 2년이든 상환 없이 일정기간 돈이 묶여있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금이 언제 필요한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은행 예금과 달리 예금자보호도 되지 않는다. 발행회사가 파산하거나 신용에 문제가 생길 경우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융사의 자체 신용으로 발행이 되기 때문에 경영에 문제가 생길 때는 (부정적) 이슈가 생긴다"며 "다만 은행 예금보다 이율이 높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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