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그리스 협상 진전…"이견 더 좁혀야"
獨, 그리스에 긴축 수용 '국민투표' 제안
2015-05-12 15:38:09 2015-05-12 15:38:09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만기 예정일보다 하루 일찍 부채(7억5000만유로)를 상환하면서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는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하지만 조만간 현금이 바닥을 드러낼 예정인 가운데 구제금융 협상에 또 다시 실패하면서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11일(현지시간) 그리스 부채 협상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서 72억유로 구제금융 지원 협상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양측 모두 협상내용이 진전됐다고 밝히면서 향후 협상 타결까지 걸리는 시간이 예상보다 단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형성되는 분위기다.
 
회의 직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그리스와 채권단이 진행 중인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그리스가 추가 긴축을 받아들인다면 유로그룹은 구제금융 분할금 지급을 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돈 줄 마른 그리스…ECB 유동성 지원 시급
 
돈줄이 바싹 말라 붙은 그리스가 예상보다 일찍 IMF에 채무를 상환하면서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디폴트 우려를 희석시키기 위한 제스쳐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여유자금이 있어서 돈을 갚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당장 줄줄이 예정된 채무를 상환하고 공무원 연금 지급 등을 위해서는 긴급 단기 유동성이라도 끌어와야 막을 수 있는 것이 그리스의 현주소다.
 
당장 오는 15일 14억유로 채무상환 만기가 도래하는데 이어 7월에는 IMF에 15억유로, 유럽중앙은행(ECB)에 30억 유로의 채무를 상환해야하는 처지다.
 
(자료=open europe)
 
이에 그리스는 지난주 ECB 측에 그리스 시중은행들의 만기 1년 미만의 국채 매입한도를 늘려 달라고 요청해 놓은 상태다. 또한 ECB가 지난해 그리스 국채를 매입해 발생한 이익금도 돌려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가 유연해진 협상태도를 무기로 유일한 '기댈 언덕' ECB으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대해 시장에서는 민영화, 세재개혁 등 일부 쟁점부문의 협상이 진전을 이룬 만큼 ECB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다려보자는 분위기다.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그룹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ECB가 그리스에 유동성을 지원할 지 여부에 대해 우리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며 "유로그룹은 ECB의 결정에 대해 논의할 권한이 없다"고 답변했다.
 
◇추가 긴축 두고 신경전…獨 "국민투표로 결정하자"

ECB가 단기 유동성을 지원한다해도 당장 바닥난 금고를 채우는 수준이다. 급한 불 끄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재정이 바닥난 상태이기 때문에 잔여분 72억유로를 지원받지 못할 경우, 디폴트를 피할 수 없는 형국이다.
 
코너로 몰린 그리스가 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안에 대해 일부 수용하는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협상타결까지는 더 많은 작업과 시간이 필요하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이번 협상에서 던진 공통적인 코멘트다. 여전히 핵심쟁점 부문에 대해 양측 모두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는 만큼 협상결과를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는 것.
 
현재 유로존은 구제금융 지원의 대가로 연금삭감을 포함해 조금 더 강화된 긴축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반(反) 긴축' 시리자정부는 까다로운 요구라며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채권단 역시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그리스 측의 양보와 결단이 필요하다며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이날 회의에서 독일이 그리스에 긴축 정책 등 경제구조 개혁을 위한 국민투표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추가 긴축에 대해 그리스 국민들의 공개적인 지지를 얻음으로써 긴축 중단 공약을 앞세워 당선된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그리스 측은 아직 국민투표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국 빛 독촉에 시달리면서 궁지로 내몰리고 있어 결국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을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독일의 제안대로 국민투표를 통해 추가 긴축 시행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대다수 그리스 국민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막판에는 추가 긴축안을 결국 수용하게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 국민들이 필요한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또는 다른 수단을 원하는지 결정하는데 국민투표가 옳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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