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저가 철강재 수입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철강기업들의 사정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전체 수입량은 줄었지만 조선, 건설 등 철강 수요산업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수입재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산 제품이 판매단가의 하락을 부추기고 있어 내수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4월까지 총 739만5000톤의 철강재가 국내로 수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감소한 수준이다.
이중 전체 수입량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산은 1.4% 수입량이 줄었다. 중국산 철강재의 경우 지난해 수입량이 전년 대비 35%나 급증하면서 6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수입량 감소에도 저가 수입재의 내수시장 잠식 현상은 여전한 상황이다. 전방산업 침체로 철강 수요가 감소한 탓에 수입재와 함께 국산 제품의 판매량도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3월 기준 주요 품목별 수입재의 시장점유율은 선재 47.9%, 핫코일 41.2%, 칼라강판 40.0%, 중후판 37.5%, H형강 36.1% 등 국내 철강시장의 기반자체를 흔들 정도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올 1월1일부터 시행된 중국산 일부 철강재에 대한 수출 증치세 폐지 효과도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국 철강업체는 철강제품에 소량의 보론(붕소)을 첨가해 합금강으로 둔갑 수출함으로써 합금강에만 주는 9∼13%의 환급혜택을 누려왔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지원금이 중국산 철강재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국산 철강재의 판로를 막는 주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올 초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환급혜택이 사라질 경우 중국산 철강재의 수입단가가 10~15% 상승해 상대적으로 비쌌던 국산 제품이 대등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 철강업체들이 보론을 대신해 크롬, 마그네슘 등 다른 성분을 미량 첨가해 세금 환급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중국산 수입 제재 효과는 유명무실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 침체가 길어지면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철강재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해외 판로가 구축돼 있는 포스코나 그룹 내에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하고 있는 현대제철 등 몇 곳을 제외하고 중견·중소 철강기업들은 고사위기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건설용 철근이나 형강의 원재료가 되는 빌렛 생산 현장(사진=세아베스틸)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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