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들어 건설업이 기지개를 켜면서 국내 철강업체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건설업은 철강산업의 주요 전방산업 중 하나로 물량 기준으로는 가장 큰 수요처다. 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해 건설업체들이 저가 수입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중국산 철근의 수입 또한 급증하는 추세다.
13일 부동산 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 2분기 분양물량은 128곳, 9만4216가구로 지난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전년 동기 119곳, 6만7881가구 대비 39% 증가한 수치다. 종전 기록인 2002년 199곳, 7만7780가구보다도 21%가 많다.
오랜만에 전방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철근, H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를 생산하는 제강업체들도 분주해졌다. 본격적인 성수기를 대비해 가동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생산량을 늘리는 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보통 99m²(약 30평)의 아파트 한 채에는 약 5톤의 철근이 사용된다.
하지만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도 덩달아 급증하면서 이 같은 호재를 국내 제강사들이 온전히 누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산 제품에 비해 20% 가량 싼 값으로 수입된 중국산 제품들로 인해 내수시장을 지켜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철근의 경우 톤당 45만~50만원 사이에 거래가 되는 반면 국산 제품의 경우 60만원 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국내 제강사와 대한건설사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2분기 철근 공급가격을 톤당 60만원(SD400·10mm 기준)에 합의했다. 이는 1분기 대비 톤당 4만5000원 인하된 가격으로 5분기 연속 공급가격이 떨어졌다. 건설업 회복으로 호재를 기대했던 국내 제강사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내 제강사의 건설용 철강재 생산 현장(사진=뉴스토마토DB)
반면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누적 철근 수입량은 17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2% 증가했다. 이중 중국산은 15만4000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8% 늘었다. 전체 수입량의 89.5%를 차지하는 중국산이 사실상 철근 수입 증가를 주도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산 철근 수입량은 57만6526톤으로 전년 대비 93.2% 급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격차 외에도 짝퉁 철근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산 제품임에도 국내산으로 원산지를 속여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판매량 감소와 가격하락에 이어 국내산 제품의 신뢰도 하락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특히 이들 짝퉁 제품의 경우 중량이 정상 제품에 비해 미달되는 경우가 많아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제품에 비해 중량이 미달될 경우 무게를 견디는 힘이 약해져 건축물 안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부적합 철강재가 국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유통되면서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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