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유니온과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 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청소년 호텔-웨딩홀 아르바이트 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NEWS1
매년 진행되는 최저임금 논의 시즌이 다가왔다. 노동계는 각을 세우고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목청껏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보다 최저임금 미만자들의 실태를 고치는 것을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상당하다. 특히 힘 없는 10대의 경우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경우가 많다. <뉴스토마토>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10대 알바들의 실태를 짚어봤다. (편집자)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주는 용돈은 줄어들게 된다.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용돈을 직접 벌기 위해 10대들은 아르바이트를 선택한다. 아르바이트는 매년 20만명이 넘어서고 있을 정도로 넘쳐나다보니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향한 영업주들의 ‘갑’질 횡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통계청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5세부터 19세 사이 취업자는 22만9000명이다. 전년 동월 대비 7000명이 늘어났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근로조건은 양호하지 않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학생 가운데 31.9%가 임금체불이나 초과근무 수당 미지급 등 임금과 관련해 부당한 처우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는 25.5%에 불과했고 10대 아르바이트생이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부모동의서와 가족관계증명서를 낸 경우도 각각 36.9%, 20.7%에 그쳤다.
통계청의 지난해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5580원을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자는 227만명이다. 이는 전체 근로자의 12.1%에 해당한다. 비교적 힘이 약한 10대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갑의 횡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용주, 10대 사회경험 부족해 기피해
10대 아르바이트생들을 향한 부조리한 실태를 조사하고 상담을 등의 활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유니온은 10대 청소년들은 대학생 등 20대 성인들과 비교했을 때 아르바이트 구직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밝혔다. 고용주들이 10대 청소년들은 사회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대들은 임금수준이 낮고 노동 강도는 강한 저임금 고강도 노동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유니온이 10대 근로자 168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음식점이 34.2%, 20대가 가장 기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업종인 ‘호텔·뷔페·연회장·웨딩홀’과 패스트푸드점이 20.3%와 13.9%로 많았다.
이들 업종의 특징은 근무일정이 불규칙하고 유동적이다.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10대 아르바이트생 B씨는 “패스트푸드점에서 근무했는데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매주 새로 시간을 조율해서 근무일정을 만들어 내 생활을 안정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기 퇴근 등 꼼수로 계약수당 제대로 안줘
최근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소위 ‘꺾기’다. 꺾기는 이른바 아르바이트생을 계약상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출근시키거나 일찍 퇴근시키고 그 시간만큼 임금을 꺾어서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 스케줄 상 고객이 적은 시간에는 퇴근을 시키거나 파업 등의 이유로 일하는 사람이 불필요할 때 출근을 하지말라고 통보한 뒤 일한 시간만 임금을 제공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일을 적게 시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임금을 적게 주는 것은 불법이 된다.
10대의 경우 구직이 어려운 탓에 사용자의 이러한 행위가 불법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디는 방법을 택한다. 제대로 된 임금을 받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손해배상’한다고 협박하는 고용주
소위 ‘찬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닌’ 10대들이다보니 사업주의 부당행위에 대부분 무력해진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청소년 알바와 관련해 신고된 부당행위는 1만5755건이다. 이는 전년(7173건)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청소년유니온에 따르면 부당대우를 겪은 10대의 비율은 58.2%(88명)나 됐다. 임금체불(43.2%)이 그중 가장 높았으며, 과도한 근로시간(19.3%)과 폭언(5.7%)의 비중도 적지 않았다.
C씨는 업무과다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하겠다고 결심한 뒤 고용주에게 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자 고용주는 “갑자기 그만두면 업무의 차질을 빚는다. 그냥 그만두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강압적인 태도로 나왔고, 이에 C씨는 겁을 내고 2주동안 일을 더했다.
고양지청의 한 근로감독관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두는 사례는 다양하지만 대부분이 업무 환경이 최악이라서 그만둔다”면서 “그렇다고 갑자기 그만두는 것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하겠다’며 협박하는 고용주들이 많다”고 밝혔다.
◇근로감독관이 사용자 입장에서 근로자 협박 ‘총체적난국’
“정말 답답할 때가 부조리한 ‘갑’질을 당하고 온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고용노동부에 신고를 하라고 알려줄 때다. 지금 내가 안내하고 있는 방법이 정말 옳은 방법인가 고민하게 될 때가 많다. 일부 근로감독관 중에는 오히려 아르바이트생에게 받지 못한 임금의 2~30%만 받도록 강요하는 경우도 많다.”
10대부터 노년까지 비정규직 일자리를 통해 일을 하는 근로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알바노조의 박종만 기획팀장은 씁쓸하다는 듯이 이 같은 말을 전했다.
힘이 약한 근로자들의 권익을 대변해줘야 하는 근로감독관이 근로자보다는 사용자의 위치에 서서 역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박 팀장은 “100만원의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근로자가 있었는데, 근로감독관이 ‘너 어차피 다 받지 못하니 20만원만 받아라’라고 협박과 강요를 한 적도 있다”며 “공무원이 이러면 힘이 약한 아르바이트생들이 가야할 곳은 어디인지 정말 막막하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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