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를 필 경우 더 많은 니코틴을 흡입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감전 위험이 있는 10개 제품은 리콜 조치가 내려졌다. 사진/AP뉴시스
치솟은 담배값과 금연 열풍에 힘입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전자담배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폭발이나 감전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국가기술표준원과 한국소비자원의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를 연초처럼 피울 경우 오히려 더 많은 니코틴을 흡수하며 최대 2.6배까지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전자담배 액상의 니코틴 실제 함량이 표시와 달라 오·남용 할 경우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고, 일부 전자담배 충전기는 안전기준에 미달돼 감전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 25개를 대상으로 실제 니코틴 함량을 비교했고, 그 결과 10개 제품에서 표시 함량과 실제 함량이 작게는 10%에서 많게는 20%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중간농도로 알려져 가장 많이 사용하는 12mg/ml로 희석한 니코틴 원액 16개, 니코틴 함량이 12mg/ml로 표시된 혼합형 니코틴 액상 2개 제품의 기체상 니코틴 함량을 측정한 결과 17개 제품에서 연초담배보다 1.1~2.6배까지 많은 니코틴이 검출됐다.
즉 전자담배를 연초와 비슷한 빈도로 피웠을 때 더 많은 니코틴을 흡입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나 아세트알데히드가 연초담배보다 많이 검출된 제품도 있었다.
안약 용기와 유사한 니코틴 원액 용기. 경고 문구도 없어 안전 관리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 안전 관리에 대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문제는 이러한 전자담배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니코틴이 1%(10mg/ml)이상 함유된 니코틴액상은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유독물질로 불류돼 허가가 있어야 판매가 가능하지만 전자담배 판매점이나 해외 직접구매 등을 통해 아무런 제재없이 구매가 가능하다.
게다가 니코틴 원액을 희석시키는 과정에서 액상 방울 수로 계산 하는 등 정확한 계량 방법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남용의 우려도 높은 실정이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경고 문구는 조사 대상인 25개 제품 모두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니코틴 농도 및 표시기준을 마련하고 어린이보호포장 도입 등의 제도개선을 관계기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실제로 2012년부터 2015년 4월까지 전자담배와 관련된 신고 사례 63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29건이 올해 1~4월에 접수됐다"며 "전자담배 사용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한편 국가기술표준원은 32개 전자담배의 배터리와 충전기의 안전성을 조사해 감전의 위험이 있거나 임의로 주요부품을 변경한 제품 10개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정부가 안전성을 인증한 KC마크를 확인하고 전자담배 전용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불량 제품 사용 업체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안전성 검사를 분기별로 확대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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