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그들은 뭐라 답할까. 취업이 목표인 그들의 꿈은 ‘정규직’이 아닐까. 꿈은 직업이 아니라고 배웠지만 지금 당장 취직이 급한 그들에게 직업이 아닌 꿈은 거창할 뿐이다. 취업 준비를 했던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절박함에 모두 공감할 터. 하지만 취업 준비를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절박함에 쉽사리 공감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일자리가 없으면 중동에 가라고 하셨던 그분처럼.
취업 준비의 절박함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모바일 게임 하나를 추천해주고 싶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바로 “내 꿈은 정규직!”이다.
사진/바람아시아
도트무늬의 평범한 디자인과 화려함 없는 외형만으로는 크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 같은 “내 꿈은 정규직!”은 지난 3월 출시된 이후 한 때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인기 무료게임 순위에서 10위 안으로 진입했다가 현재는 20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게임의 리뷰에는 “왜 하면 할수록 눈물이 날까”, “취준생 및 회사원들 파이팅”, “이제 좀 그만 잘리고 싶어요.”등 다양한 의견이 게시되어 있다. 여기에 평점을 남긴 57,037명 중 38,506명이 별 5개의 평점을 주었고 평균 평점은 4.4개다. 꽤 높은 수치다.
인턴에서 시작하여 갑의 위치에 있는 사장까지 도달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 “내 꿈은 정규직!”의 매력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인기를 끄는 것일까. 간단한 조작법과 소위 말하는 ‘하트’가 없어도 플레이가 가능해서일 수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게임 내에서 실제 삶과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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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는 걸까. 우선은 면접 통과다. “내 꿈은 정규직!”에서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면접을 보아야 하는데 첫 면접에서는 떨어질 확률이 100%다. 면접을 보면 볼수록 통과할 확률은 높아지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10번 정도 면접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겨우 게임 내에서 입사할 수 있었다. 게임 내 주인공이 면접을 보러 갈 때마다 하는 이야기들에 크게 공감이 되었고 그 순간만큼은 실제 취준생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양한 퇴직 사유. 사진/바람아시아
어렵게 입사에 성공했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회사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수많은 난관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조작 자체는 터치 몇 번이면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시간에 맞춰 상사의 일을 받아오고 체력이 너무 낮아지지 않게 조절하는 일들이 초반에는 쉽지 않다. 상사의 일을 너무 늦게 받으면 일을 열심히 안한다는 이유로 잘리고, 반대로 일을 너무 열심히 하면 피로누적으로 인해 자진 사퇴하게 된다.
이외에도 수많은 퇴직 사유가 있다. 회사에 일이 없으면 일이 너무 없어서 잘리고 인턴 직급에서 바로 승진하지 못하면 잘린다. 회사가 망하는 경우도 있으며, 업무 중 실수했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한다. 심지어는 게임을 끝내려 했다가 감히 업무 시간에 퇴근하려 한다며 잘린다. 마음대로 게임에서 나갈 수도 없는 것이다. 온갖 이유로 회사에서 잘리는데, 그때마다 “아!” “또?!” “왜?”를 연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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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에서 일이 전부는 아니라고들 한다. “내 꿈은 정규직!”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턴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승진하는 확률은 높은 편이지만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정규직에서 대리로, 대리에서 과장으로, 즉 다음 단계로 승진하는 확률은 점점 낮아진다. 승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정확률로 나타나는 상사와의 대화에서 점수를 따야한다.
“이번 주말에 부서에서 등산을 가기로 했네.”라고 상사가 말한다면 싫더라도 “오이는 제가 준비하겠습니다!”라는 대답을 해야 한다. “업무 끝나고 다 같이 회식하러 가지?”하는 상사의 제의에는 “제가 회식 장소를 예약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센스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주말이나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있어서 거부한다면 승진확률은 높아지지 않는다. 싫더라도 어쩔 수 없이 상사의 말에 따라야 하는 회사원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잘 담겨있다.
“내 꿈은 정규직!”에서는 회사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인턴에서 계약직으로 직급이 한 단계 올라서면 우리는 모험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상사의 눈을 피해서 점심식사 이후에 몰래 잠을 잔다던가, 웹서핑을 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사내 연애도 가능하다. 모험에 성공하면 그에 맞는 보상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바로 권고사직이다. 스릴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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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게임이 현실인지 현실이 게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소설가 박민규는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라는 단편에서 인간세계를 게임 스테이지로 묘사했다. 소설 속 너구리게임은 스테이지 1부터 스테이지 30까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스테이지 23부터는 그 판을 깨기가 어려워져 많은 사람들이 포기하거나 좌절하곤 한다. 스테이지 23은 딱 지금의 현실 같고 너구리는 꼭 지금의 우리 같다. 마치 “내 꿈은 정규직!”처럼.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경쟁하는 우리는 너구리이자 비정규직이다.
소설을 끝맺으며 박민규 작가는 그 판을 깨고 나온 너구리들, 그 판에 있는 너구리들, 그 판에서 뒤쳐진 너구리들 모두에게 이렇게 말한다.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
현실을 살아가며 게임 스테이지에 놓인 비정규직들 모두, 고맙다.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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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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