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아내 비자금' 언론플레이 과연 '자충수'였을까?
'성완종 돈=경선자금' 공식 깨는 고도의 계산 지적도
2015-05-21 17:31:44 2015-05-21 17:31:44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성완종 리스트'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에 대한 불구속 기소를 확정한 가운데 특히 검찰과 홍 지사와의 법정 싸움이 주목되고 있다.
 
검찰로서는 이 전 총리보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증거를 확보한 상태로 홍 지사에 대한 공소유지에 자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홍 지사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다.
 
홍 지사는 사건 직후 SNS와 언론을 통해 꾸준히 자신을 변호해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이른바 '배달사고'의혹 제기와 '아내의 비자금' 의혹을 스스로 폭로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정밀하게 계산된 고도의 전략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배달사고 의혹제기는 자신에게 돈을 건넨 인물로 지목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떨어뜨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윤 전 부사장은 검찰에서 성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아내가 태워준 승용차를 이용해 국회로 홍 지사를 찾아가 홍 지사 1억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홍 지사는 국회의원으로, 당대표 경선을 준비 중이었다.
 
그만큼 자신에게는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인물이다. 물론 검찰은 윤 전 부사장으로부터 계속 홍 지사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돈이 제대로 전달됐다는 것을 검찰이 확인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홍 지사는 최근까지도 윤 전 부사장을 지목해 "자신의 횡령혐의를 나에게 뒤집어 씌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지난 11일 당대표 경선 당시 자금 1억2000만원의 출처에 대해 부인의 비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국회대책비를 횡령한 것 아니냐는 논란과 함께 '자충수'를 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오히려 이는 홍 지사와 그 변호인단의 '신의 한 수'라는 평가도 나온다.
 
경선자금 조달의 여러 가능성을 제기해 성 전 회장 자금과의 연관성을 흐트러뜨리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형사사건을 많이 처리하고 있는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전문증거와 특신상태 등 증거능력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과 관련한 여러 가능성을 들어 핵심참고인들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어버리면 법원로서는 합리적 의심을 유지할 만큼의 심증을 가지기 어렵다"며 "홍 지사의 전략은 이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하면 검찰 수사 단계부터 기소될 것을 감안한 상태에서 법원의 심증을 목표로 한 계산된 전략이라는 것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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