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가 순하리 처음처럼(순하리)의 유자향으로 물들었다. 지난 22일 찾은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대동제 주점 70여개 중 절반 가까이에서 순하리를 팔고 있었다.
순하리를 구하지 못해 주점 일부는 유자 소주를 직접 제조해 판매하고 있었다. 전국 대학교 대동제 중 가장 유명한 명물 중 하나인 홍대 주점들이 순하리 열풍을 고객 유치 수단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순하리는 축제 전부터 주요 판매 전략이었다.
◇22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70여개의 주점 중 절반 가까이서 순하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사진/남두현기자
미대 도예유리과 이명진(21) 씨는 "각 단과대에서 순하리를 구한 것을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축제가 열리고 보니 다들 순하리를 내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도예유리과는 단과대에서 150병의 순하리를 받아 하루 50병씩 한정 판매했다. 순하리는 주점을 연 오후 6시 이후로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공과대 주점들은 순하리를 예상 내방객에 맞춰 축제 첫날과 둘째날 각 100병, 마지막 날 200병씩 나눠 팔았다. 한 병당 5000원씩 받았다. 소주에 비해 1000원~2000원 비쌌지만 팔려나갔다.
산업공학과 정태웅(24) 씨는 "순하리가 가장 인기가 좋다"면서 "쓰지 않고 달아 부담 없이 마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순하리를 구하지 못한 몇몇 단과대나 동아리 주점들은 순하리를 제조하거나 발품을 팔아 물량을 확보해왔다. 한 주점은 동아리 회원들의 각개전투로 무려 600병의 순하리를 구했다. 단골 술집에 웃돈을 주거나 편의점을 도는 등 학생들의 눈물겨운(?) 노력의 결과다.
강민지(22)·서윤진(23) 씨는 "홍대나 신촌에서는 구하기 어려웠다"며 "연희동이나 서대문으로 나가 순하리를 구해 왔다"고 귀띔했다.
타 지역 대학 축제에서도 순하리의 인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경북대 건축과 서재경(23) 씨는
"순하리는 찾는 사람이 많아서 테이블 당 한병씩만 팔기도 했다"며 "순하리를 안파는 곳은 주막에 사람들이 적었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 결과 홍대 부근 편의점에는 보름에 한 번 정도 20병의 순하리가 들어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제품이 들어온 날짜는 20일~21일로 30분이면 매진된다.
편의점 측에서는 순하리 발주 수량을 늘릴 수가 없다. 편의점 발주화면에는 순하리 입고 날짜와 수량이 미리 공지로 안내된다. 수량은 공지된 1배수(20병) 이상은 입력이 되지 않는다. 홍대 부근의 한 편의점 점주는 "처음에는 6병이 들어왔었다”면서 “한 사람당 1병만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순하리는 5월 셋째 주까지 1000만병이 판매됐다. 공장 출고가(962원)로 계산해도 96억2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 셈이다.
남두현 기자 whz3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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