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100조원을 육박해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특히 은행의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고 있어 앞으로 총량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5년 1분기 가계신용'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가계신용 잔액은 109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4조원(7.3%) 증가했고, 전 분기 말보다 11조6000억원(1.1%) 늘어났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금융회사에서 빌린 '가계대출'과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구매를 뜻하는 '판매신용'을 합한 수치다. 가계신용은 2013년 1분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축소됐지만 2분기부터 다시 증가해 11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가계대출은 전분기보다 12조8000억원 늘어났다. 2002년 통계가 작성된 이후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세 번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키운 영향이다.
한은 관계자는 "1분기에 계절적으로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가계부채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규모는 작년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파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가계부채가 28조8000억원 늘어 증가액이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1분기에도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큰 폭 증가세를 보였고, 2분기에 증가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4월에만 국내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8조8000억원 급증해 1분기 7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저금리와 부동산 규제완화 영향인 만큼 가계부채 확산이 더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에 금리 인하 압박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 회복세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에 KDI와 생각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KDI는 지난주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추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거시경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현재 가계부채 증가세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며 "가계빚 증가에 따른 원리금 부담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지고, 금융 불안정성이 중장기 측면에서 커질까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토록 하고, 가계부채 총량까지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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