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방침으로 제4이동통신의 진입장벽은 낮아졌지만, 막상 출범을 하더라도 선발업체들과 차별성을 가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통사(MNO)와 알뜰폰(MVNO) 사이의 간극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제4이통에 도전했던 KMI는 “우리도 이통 3사와 같은 MNO로서 매스 마켓을 타깃으로 한다”며 “저가 음성통화 위주의 알뜰폰과 달리 망을 구축하고 데이터 기반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31일 한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제4이통이 진출해도 시장에 발 붙이기가 어려워졌다”며 “과거 KMI가 제시했던 요금에 버금가게 이통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내놨고 알뜰폰 도매대가도 인하돼 신규사업자가 차별화된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즉 '진입'은 쉬워졌어도 '안착'은 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라는 취지엔 찬성하면서도 제4이통의 필요성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칫하면 제4이통이 현 정부의 치적사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요금과 가입자 이용 패턴에 따른 이동통신 서비스 포지셔닝. 자료/미래창조과학부
정부가 제4이통 출범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이통시장 경쟁구조 개선조짐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8일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발표하며 “신규사업자가 진입해 이통 3사의 고착화된 경쟁구도를 깨주길 기대한다”며 “비단 요금경쟁뿐만 아니라 차세대 네트워크 확산, 장비·단말산업 활성화 등 ICT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부는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들의 포지셔닝을 ▲기존 요금제 ▲20% 요금할인 ▲알뜰폰 ▲데이터 중심 요금제 등으로 구분하고, 경쟁 범위와 소비자 선택권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부는 “여기에 경쟁력 있는 제4이통이 들어온다면 전체 요금체계를 한단계씩 끌어내리는 촉발자가 될 것”이라며 “다만 잘못 진입하면 시장 혼란만 키우고 도태될 수 있어 자본력 있는 사업자가 들어오는 것이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조규조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장은 “기술력·자본력에 대한 엄격한 심사를 통해 능력있는 사업자로 판단될 때 제4이통을 허가할 것”이라며 “출범 이후 얼마나 합리적으로 망을 구축하고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출시할 것인가는 신규사업자에 달린 것으로 정부 지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경만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장은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그림은 제4이통이 진입해 알뜰폰에 저렴한 도매대가를 제공하고, 신규사업자는 IoT, M2M 등 신사업을 개척하는 것”이라며 “알뜰폰만으로 이통시장 구조개혁을 촉발하기엔 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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