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Sepp Blatter). (사진=로이터통신)
측근의 비리 스캔들과 세계 축구계 인사의 비판 목소리도 제프 블래터(79)의 5선에는 아무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 과반을 득표할 정도로 그의 위치는 확고했다.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29일 오후(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진행된 제65회 FIFA 총회를 통해 알리 빈 알 후세인(40) FIFA 부회장을 제치고 회장직 유지에 성공했다.
이로써 블래터 회장은 5선 고지에 올랐다. 지난 1998년 FIFA 회장에 오른 이후로 무려 17년동안 자리를 사수한 그는 회장의 임기를 21년으로 더욱 늘리게 됐다.
◇경쟁자 2차투표 포기로 당선
차기 회장 선거는 총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됐다.
총회에 참가한 209개 회원국의 대륙별 구성은 유럽(53개국), 아프리카(54개국), 아시아(46개국) 북중미(35개국), 오세아니아(11개국), 남미(10개국) 순이었다.
결국 블래터 회장과 알리 부회장은 각각 133표, 73표씩을 나눠가졌다. 무효표는 3표로 집계됐다.
FIFA 규정상 3분의 2이하 득표는 재투표다. 재투표는 유효표 과반 득표할 경우 당선이 확정된다.
다만 승산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알리 왕자가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 않겠다며 후보 사퇴의 의사를 밝혔고 결국 블래터 회장은 재임 기간을 4년 더 잇게 됐다.
블래터 회장은 "앞으로 4년간 'FIFA호'를 지휘하게 됐다. 굉장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히 월드컵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는 여러분을, 내 일을 좋아한다. 나는 완벽한 사람은 아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 자신감을 믿어주길 바란다. FIFA는 모두와 함께 할 것"이라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
◇제프 블래터(Sepp Blatter). (사진=로이터통신)
◇험난한 블래터 재임 5기
다만 블래터 재임 5기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래터 자신에게 '부패한 회장'의 이미지가 확고히 자리잡았고, 유럽축구연맹(UEFA)과의 관계는 극악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축구계에는 블래터 회장의 5선만은 막자는 기조가 생겼다. 월드컵 개최국 선정 과정에서 블래터의 각종 비리가 있다는 의혹이 나왔고, 최측근은 마케팅과 중계료 협상 과정의 뇌물 등 부패 의혹을 받는 중이기 때문이다. 의혹의 진위 여부를 떠나 이번 선거를 통해 블래터 회장에게 '부패' 이미지는 확실하게 각인됐다.
최근에는 미국연방수사국(FBI)이 블래터의 측근 7명을 비리 혐의로 전격 체포하기도 했다. 뇌물 수수 등 미국 내 불법 자금 유통의 수사를 위해 FIFA 주요 간부를 스위스 현지에서 후송했고, 이는 블래터에게 압박 수단으로 작용했다.
블래터의 경쟁 후보들이 외치는 자신의 장점과 목표에 투명성은 모두 포함됐을 정도로 블래터에게 부패의 이미지는 강력했다.
대륙 연맹 중에 FIFA의 영향력에 뒤지지 않는 UEFA과의 관계 악화도 블래터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UEFA는 미셸 플라티니(60) 회장이 "블래터의 당선이 확정된다면 월드컵을 보이콧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그를 강하게 비판했다.
UEFA는 실질적으로는 월드컵 버금가는 위상인 챔피언스리그·유로파리그를 주관하는 곳이다. 선수의 출신으로 봐도 세계적인 선수의 상당수를 남미와 함께 다수 내놓는 대륙이다. 유럽 국가의 월드컵 보이콧이 현실화되면 월드컵의 위상이 약화될 것은 뻔하다. 월드컵 위상이 약해지면 블래터 회장 위상도 함께 약해질 것이 뻔하다.
◇제프 블래터(Sepp Blatter). (사진=로이터통신)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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