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판교 핀테크 지원센터에서 제2차 데모데이(Demo-day)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우리하나기업은행 등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간 업무제휴(MOU)가 체결됐다. 사진/ 뉴시스
국내 은행들이 핀테크기업 지원센터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핀테크 업체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사업화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벤처기업의 금융지원이나 멘토링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10개 국내은행 가운데 4개 회사가 핀테크 지원센터를 오픈했다.
KB금융(105560)지주는 서울 명동에 'KB 핀테크 허브센터'를,
기업은행(024110)은 을지로 본점에 'IBK핀테크드림지원센터'를, 농협은행은 'NH핀테크협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신한금융지주가 '신한 퓨처스 랩'을 출범시키고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1층에 전용공간을 만들었다.
은행들로서는 핀테크 기업들과 접촉면을 넓히겠다는 의도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주선하는 자리 외에는 핀테크 기업의 제품을 소개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없다보니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 소개를 받는 경우가 많아 정식절차를 밟아 사업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며 필요성을 말했다.
업체로서도 금융사와 만남의 장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울 일이지만 실제적인 성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은행들이 센터 개념으로 지원센터라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지만 스마트금융 관련 부서 산하의 팀단위에서 관리하는 등 상담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부터 은행들은 핀테크 전담사업부를 신설하거나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처럼 핀테크사업부를 따로 마련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스마트금융담당 부서 아래 팀단위로 운영되고 잇다. 은행연합회, 산업은행 등은 별도 조직이 없이 수신제도부가 핀테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주선한 자리에서 의미 있는 성과가 있기도 했다. 금융위가 개최한 핀테크 데모데이에서 우리·기업·하나은행 등 3개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들과 홍채 활용 비대면 본인 인증이나 빅데이터, 금융사기방지 솔루션 등에 대해 업무제휴(MOU)를 체결했다.
하지만 MOU가 잇따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내부적인 의견도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전략이 바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MOU는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정부에서도 정책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으니 일부 은행에서는 무리하게 진행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사업화가 어려운 상태다보니 멘트링과 금융지원을 통한 육성이 먼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기술력이 갖춰지지 않은 기업이 핀테크 바람을 타면서 어느새 핀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한 경우도 있다"며 "당장 사업화를 위한 접근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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