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라는 바이러스와 탄저균이라는 세균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국민들은 악몽 같았던 세월호 참사를 연상했다. 정부는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응하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쳤다. 탄저균이 페덱스로 미군 부대에 배달되었는데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탄저균 반입은 모를 수밖에 없는 한미관계의 특수성이 있지만, 그렇다고 면죄부가 부여될 수는 없다.
초기대응 뿐만 아니라 사건 발생 이후 상황관리에도 무능했다. 메르스에 대한 정보관리는 낙제점이다. 정보의 과도한 차단이 국민들의 불안과 동요를 불러왔다. 국제사회도 의문을 제기한다. 의료 후진국에서나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중국에서 사스가 발생했을 때 완벽한 예방정책으로 ‘한국은 전염병 대처 모범국’이라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던 시절이 었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언제 그런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2009년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도 큰 소동에 빠졌다. 불안, 공포, 염려와 같은 현상은 사회적인 전염성이 매우 강해 쉽게 확산되고 또 과장된다. 신종플루가 환절기 독감의 일종인데도 정부가 초기대응과 관리를 잘못해 불안심리가 확산되었다. 전문가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는 면역력이 약하거나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설사 메르스에 감염된다 해도 사망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심한 감기를 앓는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큰 소동을 일으킬 일이 아니다. 모든 소동의 원인은 결국 정부의 무능한 대응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혹시 메르스 소동 때문에 탄저균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지 않았다는 데 안도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러나 탄저균 불안감을 예방한 건 정부의 유능한 대응 때문이 아니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는 바람에 탄저균 파문이 커지지 않은 측면이 있다. 즉, 오산 미군기지에 반입된 탄저균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미국은 신속하게 살아 있는 탄저균의 오산기지 반입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물론 이 사실이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알려지지 않았어도 미군 당국이 이렇게 대응했을지는 미지수다. 이유야 어찌됐든 미국의 신속한 대응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어 퓨 굿맨’이나 ‘커리지 언더 파이어’ 같은 미국 영화에는 미국 군대 내부의 비리를 은폐하려는 군 당국에 맞서는 용기 있는 좋은 사람들이 나온다. 이번에는 미국 국방부 스스로 ‘굿맨’ 역할을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진정으로 용기 있고, 진정으로 좋은 사람들이 되려면 오산기지에 반입된 탄저균의 처리 과정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한국 국민들은 2000년대에 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방류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탄저균이 세관검사도 없이 한국에 반입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한미행정협정(SOFA)이다. 미군 당국이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이 한미행정협정을 개정해야 한다.
미국이 살아 있는 탄저균만이 아니라 보톨리눔까지 들여와 실험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탄저균에 걸리면 처참한 모습으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데, 보톨리눔은 탄저균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고 한다. 그래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독소'가 바로 보툴리눔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탄저균이나 보톨리눔이 오산 미군기지에 들어오게 된 것은 미국이 주피터(JUPITR) 프로그램이라는 생물학전 대비 프로그램이다. 북한이 사용하게 될 생물무기에 대한 대비의 일환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한국에서 신속하게 분석하고 대비하기 위한 실험이라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이미 1998년부터 오산·평택·용산기지에서 탄저균 실험을 했다. 주한미군이 당시 미군들에게 탄저균 백신 접종을 했을 때 북한의 탄저균 공격이 임박했을 것이라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제 와 보니 당시 백신 접종은 탄저균 실험에 대한 대비책이이었다.
한미행정협정 9조는 미군 물자가 세관검사 없이 통관하는 것을 보장하고, 10조는 미군의 무기와 장비가 한국과 협의 없이 한국에 배치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정부는 이 기회에 한미행정협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정부에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족안보’를 지키는 시민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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