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치뱅크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카드를 빼들었다. 실적부진에 이은 대규모 과징금, 인원 감축 등으로 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서 사퇴압박이 가해진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열린 연례회의에서 약 40%에 해당하는 주주들은 공동 대표의 경영방식에 대해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 업계에서는 이들이 경영 일선에서 조만간 물러날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안슈 자인과 위르겐 피첸 공동 CEO가 동시에 사퇴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주말에 비공식적으로 열린 감독위원회에서 이에 대해 최종 합의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당분간 피첸이 단독 CEO체제로 운영되며 오는 7월 이후 존 크라이언이 공동 CEO를 맡을 예정이다. 이후 내년 5월부터 크라이언의 단독 CEO 체제로 전환된다.
크라이언 신임 CEO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서 임원으로 근무한데 이어 UBS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바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13년부터 도이치뱅크 감사위원회 소속으로 있는 금융의 정통한 관계자다.
도이치뱅크는 지난 4월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리보금리 조작 혐의로 25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벌금을 물었다. 최근에는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조작 혐의로 또 한번의 과징금 납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지난달에는 모스크바 지사의 돈세탁 의혹으로 내부 감사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궁지로 몰린 도이치뱅크는 전격적인 경영진 교체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계획이다.
폴 아클라이트너 도이치뱅크 감독 이사회 의장은 "크라이언은 금융권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노련한 은행가"라며 "도이치뱅크의 발전적인 미래 전략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자질을 가지고 있는 프로페셔널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그만큼 은행 전반의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가 위기에 빠진 도이치뱅크를 살려낼 적합한 인물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후임자인 크라이언이 이미 실적부진과 각종 구설수로 날개가 꺽인 도이치뱅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기까지 상당한 난관이 따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크라이언이 유로존의 문제아로 낙인 찍힌 도이치뱅크를 되살려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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