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갱년기 증상에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던 백수오가 가짜 파문에 휩싸인 직후 일반의약품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제약사들도 풍선효과를 기대하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여성 갱년기 관련 제품은 백수오를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이 주도했다. 지난해 백수오 시장은 3000억원대 규모로 추정된다. 여성 갱년기 증상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급성장했다.
반면 관련 의약품 시장은 80억원대 규모에 그친다. 제품 수도 10여개에 불과하다. 약국에서 구입해야 하는 의약품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여성 갱년기를 질환으로 여기는 인식이 낮다는 점도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백수오는 가짜 원료 파동이 일자 시장 퇴출 분위기로 흘렀다. 대신 여성 갱년기 일반의약품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제약사들은 소비자들이 대체 제품을 찾기 시작하면서 여성 갱년기 일반의약품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수오 파동이 일어나면서 약국에서 구매 패턴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며 "건기식을 찾던 소비자들이 일반의약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동국제약)
제약사들은 발빠르게 중년 여심 잡기에 본격 나섰다.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은 의약품이라는 게 마케팅 키워드다. 임상 근거를 제시해 약효 논란이 일고 있는 백수오 건기식과는 차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1위 제품은
동국제약(086450) '훼라민큐(
사진)'로 지난해 55억원어치가 팔렸다. 훼라민큐의 주성분인 '서양승마(블랙코호시)'와 '세인트존스워트'는 1940년대 독일에서 최초로 개발돼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적으로 여성 갱년기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약효는 임상을 통해 입증했다.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7개 국내 대학병원을 비롯해 해외의 여러 임상연구가 있다. 훼라민큐를 8주간 복용 시, 안면홍조, 발한, 우울감 등 여성 갱년기의 신체적·정신적 증상에 대해 80% 이상의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한 안면홍조 증상에는 86.4%의 개선효과가 있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훼라민큐는 2001년 출시 이후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제품"이라며 "여성 갱년기 증상은 안전하고 효과를 입증받은 의약품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9년 출시된
녹십자(006280)의 '훼미그린'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훼미그린은 레드클로버(붉은 토끼풀)에서 추출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소플라본)이 주성분이다. 지난해에는 4억5000만원 정도의 실적을 올렸다.
훼미그린도 연구자료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병원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레드클로버가 콩과 승마(升麻)추출물보다 갱년기 관련 증상 예방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안면홍조의 경우 콩은 짧은 기간의 복용으로는 크게 효과가 없었으며, 승마 추출물의 경우도 30~50%의 효과에 그쳤다. 반면레드클로버는 41~75%까지의 효과를 나타냈다.
녹십자 관계자는 "훼미그린은 안전성과 함께 효능이 뛰어난 갱년기 증상 치료제"라며 "매출 확대를 위해 영업사원의 학술교육을 비롯해 제품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종근당(185750)은 지난해 9월 출시한 '시미도나'의 홍보를 최근 강화했다. 시미도나는 스위스 생약 전문 회사 젤러가 개발한 약이다.
여성의 갱년기에 발생할 수 있는 홍조, 발한, 수면장애, 신경과민, 우울증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게 종근당의 설명이다. 효과와 안정성은 유럽의약품허가당국(EMA)과 천연물의약품위원회(HMPC)로부터 인정받았다.
시미도나는 출시 4개월만에 5억원의 실적을 돌파해 선전하고 있다. 올해에는 백수오 반사효과로 매출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종근당 관계자는 "시미도나를 하루 한알로 복용하면 갱년기 여러 증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심신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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