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공포가 부동산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개업소에 찾아오는 손님이 줄고 매도인들도 집 방문을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9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최근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총회를 거친 개포주공1단지 투자 문의가 현저하게 줄었다. 35번째 메르스 확진 환자가 이 단지의 조합원 총회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진데 이어, 서울시가 해당 행사에 참석한 조합원 1565명을 대상으로 자가 격리조치까지 권고한 영향이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메르스에 대한 우려와 여름 비수기가 맞물리며 사무실을 찾는 손님들이 현저히 줄었다"며 "사업이 진척된 만큼 오른 매도호가에 비해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는 것도 시장이 주춤한 원인"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휴업까지 생각했다"며 "일단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을 하고는 있지만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살아나던 부동산 경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아예 매수인들의 방문을 꺼리는 집도 생겼다.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 유성구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기적으로 시장이 쉬어가는 때이긴 하지만 메르스까지 겹치니 사무실을 찾는 손님도 하루에 1~2팀뿐이고 문의전화도 매우 줄었다"며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당분간 매도를 보류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 용인 중개업소 관계자도 "집주인이 집을 내놓으면 적어도 주1회는 방문을 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거래할 사람에게만 집을 보여 준다든가 아예 오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강서구 염창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든 집주인이든 아기가 있는 집은 적어도 한 달은 방문을 거부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며 "가족 전체가 집을 비워놓고 친척집에 가 있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기존 매매시장이 주춤해도 성황을 이루던 신규 분양시장 역시 견본주택 개관을 연기하거나 메르스 예방에 만전을 기하면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메르스 확산 우려로 견본주택에 손 소독제와 마스크 등 예방 장치들을 비치하고 있다. 사진은 '안양 한양수자인 에듀파크' 견본주택 현장. 사진/ (주)한양
실제로 오는 12일 개관 예정이던
GS건설(006360)의 '부천 옥길자이'를 비롯해 '가정지구 대성 베르힐', '태전 지웰' 등이 견본주택 개관 일정을 미뤘고,
대우건설(047040)도 '기흥역 센트럴 푸르지오'의 분양 일정을 바꿨다. 이미 견본주택을 연 현장들도 손 소독제와 마스크는 물론, 전신소독 에어샤워기까지 비치하면서까지방문객의 공포심을 덜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악화되면 분양을 하고 싶어도 지자체가 분양승인을 내주지 않을 것"이라며 "사업장마다 다르겠지만 상당수의 예비청약자들이 견본주택 내방 대신 사이버 팸플릿 등으로 상품에 대해 더욱 꼼꼼하게 따져보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계약하는 사례는 줄지 않을까 싶다"고 의중을 내비쳤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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