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3월 대통령 취임직후 경제자유구역의 효시인 인천 송도지구를 찾아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비전'을 선포했다.
그러나 6년여가 지난 2009년 5월 현재. 외국 기업들로 붐벼야 할 인천송도 경제자유구역은 사실상 내국인 주거 목적의 '신도시'로 바뀌고 있다.
국제업무도시로 마련될 예정이었던 인천 청라지구는 실제 외국기업이 한 곳도 입주하지 않은 채 아파트 단지로만 조성된 상태로 청약 경쟁률이 평균 10대 1까지 치솟고 있다.
송도 국제업무도시도 다수의 외국인 입주자를 모집하려던 당초 계획과는 달리 실제 외국인은 단지 8세대가 입주해있는 상태다. 아직 외국계 기업도 5곳 정도밖에 들어서지 않았고 기본 도시기반 시설 등이 닦이지 않은 탓이다.
◇ 외국인 입주 8가구가 전부
현재 인천 송도는 국제업무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입주한 외국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인천 경제자유구역청은 당초 1차 도시계획이 끝나는 올해까지 인천 국제도시에 약 1만명의 외국인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송도국제도시(9만3602가구), 영종지구(4만8184가구), 청라지구(3만1035가구) 등 3개 지구에 공급될 전체공급량(17만2821가구, 당초 계획 15만1090가구에서 변경)의 5%(처음 계획 10%)인 8641(1만5000가구에서 변경)가구 정도를 특별분양 세대로 지정해, 외국인에게 우선적으로 분양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 중 송도에 입주할 외국인 세대는 4680세대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입주가 완료된 4979세대 중 외국인 입주세대는 고작 83가구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대부분 외국인투자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한국인들로 외국인으로 볼 수 없다. 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사실상 외국국적을 가진 가구주의 입주세대는 8세대에 불과하다.
외국인 특별분양 수요가 현저하게 부족함에 따라 미달된 특별분양 공급분은 일반분양으로 자동 전환된 상태다.
한화꿈에그린 분양팀 관계자는 "국제업무단지 조성에 따라 특별분양 공급분이 마련됐지만 거의 신청자가 없어 많은 물량이 남게됐다"며 "법률에 따라 남은 특별분양분은 일반분양으로 자동 전환돼 내국인 신청자로 대부분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렇게 된다면 송도 국제업무도시는 내국인 입주민들이 대부분인 주택단지인 사실상 '송도 신도시'로 자리잡게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3일에는 송도 입주예정인 '포스코 더 샵 하버뷰Ⅱ'가 1순위 청약에서 최고 285 대 1(평균 60 대 1)의 경쟁률을 보여 내국인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외국인 입주민 부족은 송도 국제학교 개교가 차질을 빚는 원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당초 송도 국제학교는 입학생의 30%만 내국인으로 채우고 나머지는 외국인 학생을 입학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외국인 거주민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에 전체 학생의 30%를 내국인으로 받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중이다.
◇ 청라 국제업무도시..입주 외국기업 '0개'
송도와 함께 국제업무도시로 조성된 청라지구의 경우 당초 조성계획에 따라 127만4000㎡ 규모의 국제업무타운이 마련됐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 입주한 외국계 기업은 한 곳도 없다.
◇ 인천경제자유구역(청라지구) 토지이용 계획도
<자료 = 인천 경제자유구역청>
도시계획 1단계가 끝나는 2008년에서 올해까지 기본 인프라와 기업 유치를 상당부분 진행시키기로 했지만 들어선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대신 청라는 국제업무도시보다 '청라 신도시'로 더 유명해진 상태다.
현재 청라지구는 분양이 한창인 가운데 지난달부터 시작된 한라비발디에 이어 이달 6일 한화의 꿈에그린, 호반 베르디움이 연이어 1순위 청약접수를 마감했다.
이 중 한화 꿈에그린아파트 분양결과를 보면 경제자유구역종사자(주로 외국인 혹은 외국계투자기업 종사자)에게 특별공급(분양권 우선 지급)하기 위해 마련된 23세대는 청약 접수가 아예 없다.
그러나 일반공급(1142세대)의 청약 경쟁률은 10대 1까지 치솟았다.
청라지구 입주 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는 "도시 계획상으로 보면 서울과의 접근성도 좋고 영종도도 가까이 있어 골프장, 선착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며 "국제업무단지라기 보다는 스포츠·레저 관광 도시의 성격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현재 송도·청라 등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조성된 국제업무단지가 '신도시'로 더 유명한 것이 사실"이라며 "비록 2020년까지 조성을 마무리하기로 예정되어 있지만 벌써 도시계획 1단계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국제업무도시로서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보기 힘들다"고 실토했다.
뉴스토마토 장한나 기자 magare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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