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사람 메리 로빈슨은 미 스탠퍼드대 비즈니스 스쿨로 유학을 갔다. 그는 졸업할 때 즈음 구인광고를 뒤적거린 끝에 몇몇 아일랜드 기업에 이력서를 넣었다. 그러나 당락 여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입사를 포기했다. 아일랜드 경기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채용된다 해도 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이 뻔했다. 그래서 로빈슨은 아예 다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기업에 들어가는 대신 기업을 차리는 것이다. 그런데 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은 위험부담과 불확실성이 너무 컸다. 로빈슨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 해법을 찾아냈다.
◇영국 런던에서 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스탠퍼드대 졸업생들 사이에서 기업을 인수하는 식으로 창업에 성공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서치펀드(Search fun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돈이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서치펀드의 운영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한두 명의 예비 기업가가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을 모색한다. 그런 기업을 찾으면 자신들이 지닌 기술력과 경영전략을 접목한 청사진을 그린 후 투자자를 모집한다. 가령 문서를 다루는 중소기업을 인수해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도입하는 식이다. 보통 예비 기업가는 친구나 가족, 친지들로부터 20~7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1차로 모집해 씨드머니(Seed Money)를 만들어 놓는다. 이후 2차로 투자자들에게 사업 계획을 공개하고 자금을 끌어 모은다. 이 때 보통 500~1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한다.
스타트업이 사업 초기에 경험하는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서치펀드는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이러한 펀드가 200개나 있다. 지난 2010년 당시에는 50개에 불과했다. 영국, 독일, 스페인, 스위스 등 유럽 대학들 사이에서도 서치펀드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세 명중 한 명이 인수할 만한 기업을 물색하지 못해 자금을 모으다 실패한다. 부실한 기업을 속아서 매입하고 고생만 하다 끝나는 경우도 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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