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그렉시트 우려보다 돋보이는 코스피
2015-06-25 06:00:00 2015-06-25 06:00:00
김영준 교보증권 센터장
글로벌 경제의 리스크 중 하나인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이 가시화되고 있다. 물론 트로이카(EU, ECB, IMF)와의 재협상 시한이 남아있고 막바지에 몰린 그리스 정부가 새로운 협상안을 제시하고 있어 금주 예정된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담에서 채무협상이 타결될 기회가 남아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양자간 공식적인 재협상 자리에서 수 차례 무산되고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이른 시간 내 합의에 이를 것이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만약 그리스와 트로이카와의 재협상이 결국 무산되어 신규 구제금융을 지원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우려하는 대로 그리스는 채무 상환에 실패하며 디폴트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디폴트 이후 그리스는 은행들에 대한 파산 및 자본통제가 선언되고 결국 유럽중앙은행(ECB)의 관리 하에 놓이게 된다. 은행들이 ECB 관리 하에 통제되는 기간 동안 정치적으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여부, 즉 '그렉시트' 가능성이 논의될 것이다. 물론 디폴트 선언에 이어 그렉시트가 쉽게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리스 내부적으로도 의견수렴 과정이 요구되고 EU 차원에서도 지금까지의 경제적인 논리에서 벗어난 정치적인 의사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리스가 디폴트 된다면 시장의 우려대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또 한 번의 혼란을 초래할까? 결론적으로 우려만큼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것 같지는 않다. 최근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지만 만약 그리스가 디폴트 선언을 하더라도 이미 충분히 예견된 만큼 불확실성의 시작이 아닌 관리된 디폴트의 수준을 밟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그리스 경제가 유로 존 내 차지하는 비중은 2% 이하에 불과하다.
 
그리고 2010년부터 재정위험이 반복되며 이미 두 차례의 구제금융과 채무재조정을 통해 70% 이상의 채무삭감이 진행돼 시장은 이미 상당한 내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문제되는 국가 채무의 상당부분을 트로이카가 차지하고 있어 그리스 관련 채무 노출(Exposure) 역시 상당부분 소멸된 상태다. 디폴트가 발생되더라도 시장 충격이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리스 위험의 본질은 그리스 자체보다는 주변국으로 전염 여부다. 유로지역의 재정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의 남유럽 국가들은 상당기간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글로벌 금융 환경 변화로 재정위기가 재발될 수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의 유로존 경제비중은 각각 16%, 11%로 그리스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그리스의 문제가 주변국으로 전염되며 확대될 위험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ECB가 지난 3월부터 내년 9월까지 시행하는 월 600억유로의 전면적 자산매입 효과가 나타나며 유동성에 숨통이 트이고 실물 지표면에서도 유로존 국가들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재정위기 문제는 그리스를 제외하고는 과거 2010~2013년 당시의 반복적인 위기 때보다 현저히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리스의 입장에서 선택은 세 가지로 보인다. 첫째, 추가적인 협상안 제시 이후 극적인 합의를 거쳐 6월 말까지 트로이카의 재정 개선안과 구제금융을 지원받아 유로 존에 잔류하는 것. 둘째, 합의 결렬과 함께 디폴트 선언 이후 자본통제 및 ECB의 관리 하에 진입하면서 유로 존에 잔류하는 것. 셋째, 디폴트 선언 이후 및 소위 그렉시트가 이어지며 유로 존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다만 유로 존 이탈의 경우 그리스 내부적인 반발은 물론 EU의 정치적인 결단 과정이 필요하여 현실적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이다.
 
미국이 금년 내 금리인상을 예정하는 가운데 그리스 이슈는 글로벌 금융시장, 특히 국내를 포함한 이머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주목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정과 현재의 이슈가 이미 상당부분 예고된 위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스 관련 불확실성 영향은 찻잔 속 태풍 효과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관심을 안으로 돌려보면, 메르스 이슈가 내수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회복을 보이던 내수 경기는 이미 빨간 불이 켜졌다. 최근 성장률 전망은 정부의 희망과 다르게 3%를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함께 추경이 긍정적으로 논의되며 하반기 경기 부양을 예고하고 있다.
 
예고된 위험은 항상 기우에 그쳤다. 국내 경제 안팎의 리스크 요인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1.5%의 저금리 시대에 리스크 없이 높은 기대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한국 증시의 저평가 매력이 돋보이는 이유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