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 경기에 대한 확신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달 중국 제조업 지표가 예상치보다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항목별로는 재고, 주문지수가 부진했고 넉 달 연속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부양책 발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지표 개선으로 정부의 부양 효과가 경기에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일각에서는 하반기 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감이 지속되고 있어 당국이 추가 유동성 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6월 제조업 지표, 예상 상회한 49.6 기록
23일 홍콩상하이은행(HSBC)은 6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49.6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월치 49.2에서 개선됐으며 사전 전망치인 49.4 역시 웃도는 결과다.
이로써 HSBC가 집계한 제조업 PMI 지수는 두 달 연속 소폭 개선됐으나 넉달 연속 50을 하회하며 위축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PMI가 기준치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을 하회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하위 항목들은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세부 지표를 보면, 신규 수주가 3개월래 최저치에서 느린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규 수출 주문 지수가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으로 돌아섰다. 고용 지수는 전월 대비 더 악화됐다. 1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밖에 생산 비용과 투자 비용지수도 9개월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신규 주문 지수가 하락에서 상승으로 돌아섰으며 재고 지수 역시 상승 전환한 것이 지수 개선을 이끌었다.
◇정부 부양책 약발에 안정화 국면
지표가 두 달째 개선된 흐름을 보이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제조업 경기가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쉔 지앙우앙 홍콩 미즈호증권 아시아 부문 이코노미스트는 “지방 정부의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로 6월 제조업 경기가 소폭 반등함에 따라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애나밸 피즈 마킷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과로 중국 제조업 경기가 소폭 개선되고 있다는 작은 신호를 발견했다“며 “최근 제조업체들이 6년래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을 행하고 있어 향후 대내외적인 경기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리서치업체인 차이나베이지북(CBB) 인터내셔널은 보고서에서 “제조업 활동을 포함한 중국 경기가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며 “경기 둔화 우려가 현재에서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넉 달 연속 위축세 지속돼 부양 여부 관심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중국 제조업 경기가 부진하다는 평가다. 넉 달 연속 기준치인 50을 하회하고 있어 위축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가 앞서 발표한 중국 국가 통계국의 제조업 지표와 괴리를 보이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지난 1일 중국국가통계국이 발표한 공식 제조업 PMI는 50.2를 기록해 석달 연속 확장 국면을 기록했다.
ANZ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표가 예상을 상회했지만 전반적인 경제 지표를 감안할 때 여전히 명백한 회복 국면이라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제조업 경기 회복 흐름이 더디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나단 가너 모건스탠리 아시아 주식 전략가는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견해를 제기한다”며 “정부의 부양책 효과가 2분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이나 2009년의 V자 반등 회복이라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추가 부양책 시행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애나벨 피즈는 “이번 지표는 괄목할 만한 회복을 보여주지 못한 가운데 2분기 중국 경기 동력이 둔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정부는 하반기 부양책 발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으론 지표가 예상보다 개선되면서 향후 회복 추이에 따라 부양책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쉔 지앙우앙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지표의 안정된 흐름을 감안할 때 정부의 부양책 효과가 반영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톰 올릭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전망이 어려운 시점”이라며 “안정화되고 있는 지표를 보면 부양 효과가 나타난다고 볼 수 있으나 은행간의 금리 차이와 주식 시장의 우려를 감안할 때 공격적인 지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향후 추이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중국 산둥성시 자동차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부품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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