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총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가뭄 등으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다.
특히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2년 만으로, 강력한 재정보강을 통해 올해 3%대 성장을 지켜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추경 효과가 얼마나 날 지 미지수일 뿐더러 추경 카드를 꺼내도 3%대 성장에 간신히 턱걸이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추경 제고 효과를 제외하면 사실상 2%대 성장을 인정한 셈이다. 여기에 추경 편성을 위한 국채 발행 등으로 재정건전성도 우려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기획재정부
25일 정부가 발표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3.8%에서 3.1%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3%대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추경, 기금 변경, 공공기관 조기투자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총동원한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 방안도 내놨다. 돈을 풀어서라도 3%대 성장을 지키겠다는 의지다.
정부가 '추경 편성'이란 최후의 카드까지 꺼낸 것은 메르스 사태 영향이 컸다. 5월 말 발생한 메르스로 인해 미약하게나마 살아나던 내수가 다시 무너졌다.
따라서 정부는 2년 만에 다시 추경 카드를 꺼냈다. 다만 구체적인 추경 규모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정부는 어떤 사업에 얼마만큼의 추경 예산을 지출할 지 사업 내용을 확정한 뒤 당과 협의를 거쳐 다음달 초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문제는 추경 효과가 얼마나 날 지도 불확실하고, 추경 포함 15조원 이상의 재정보강을 쏟아부어도 3%대 성장에 간신히 턱걸이한다는 것이다. 즉, 바꿔 말하면 추경이 없으면 2%대 성장을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재정 개입으로 간신히 3%대 성장을 지키는 셈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번에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전제로 하고 있고, 추경이 없으면 성장률이 2%대로 갈 것으로 본다"며 사실상 2%대 성장을 인정했다.
또 추경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재원이 대부분 국채 발행으로 조달될 것으로 예상돼 재정건전성 우려도 피해갈 수 없다.
지난 2013년에는 17조3000억원의 추경 예산을 편성하면서 15조8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했다. 올해도 세수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경 재원의 상당부분을 국채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국채 발행은 정부의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섣부른 대규모 추경은 재정건전성이 나빠지고,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질 가능성을 키운다"며 "재정적자를 어떻게 줄일 것이며 세입을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부총리는 "일시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지만, 경제가 성장궤도를 이탈해 침체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해명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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