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이 거세지는 가운데 30대 대기업 가운데 절반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7일 매출액 상위 30대 그룹 주요계열사 379개사를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여부를 조사한 결과 47%인 177개사에서 임금피크제가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GS, 농협, 한진, 한화, KT, 두산, 신세계, CJ 등 자산총액 상위 15개 그룹 계열사의 경우 275개 가운데 55%인 151개 계열사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16위부터 30위 그룹의 경우 LS, 대우조선해양, 금호아시아나, 동부, 대림, 부영, 현대, OCI,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공사 등 계열사 103곳 가운데 25%(26개)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30대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임금피크제 시작 연력은 만 56세가 37.5%로 가장 많았다. 감액 비율은 10%~40% 비율이 대부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의 경우 전 계열사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지난해 합의를 마쳤고, 도입 시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LS그룹은 대부분 계열사가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까지 모든 계열사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일부 계열사에 대해 하반기에 임·단협을 거쳐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포스코도 비슷한 상황이다.
GS칼텍스는 지난 2012년 부터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이며 한진그룹도 모든 계열사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합의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지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았더라도 정년 60세 의무화 시기를 전후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임무송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30대 그룹 계열사들의 임금피크제 도입에 상당한 진전이 있고, 도입관련 및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사간 나름대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청년들의 취업난 완화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을 위해 30대 그룹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9회 국무회의(영상)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도 7일 국무회의에서 30대 그룹의 임금피크제 도입 결과를 언급하며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면 충분히 노동시장을 개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거센 반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실제 퇴직연령이 50대 초반인 상황은 개선하지 않고 강제적 임금피크제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산업현장에서 조기 퇴직 강요, 또 다른 연령차별, 불공정한 급여 체제 확산 등의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임금피크제는 결국 특정 연령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불평등한 임금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설령 정년이 보장된다 하더라도 퇴직금이나 각종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절감효과가 크지 않고 인건비 총액이 늘어 신규 채용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대 노총은 임금피크제 도입 확대를 골자로 한 1차 노동개혁안에 반발해 총파업 돌입을 결정한 상태다. 한국노총은 2일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대정부 강경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고, 민주노총도 15일 2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악 계획 발표 정부 규탄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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