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코스닥 지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또 다시 거품 붕괴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급등세를 나타내던 중소형주에서 대형주 중심 장세로의 이동 가능성을 언급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급락하면서 5.59%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6월 초부터 지난주까지 한 달 넘는 기간 동안의 상승폭(8.13%)을 3거래일 만에 절반 이상 반납한 것이다.
코스닥 지수의 월간 수익률은 올 상반기 동안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만큼 그간의 과열에 따른 기술적 피로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 거품 우려는 신용융자잔고가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코스피 시장을 추월한 작년 11월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6일 기준으로 코스닥 신용융자잔고는 3조9446억원을 기록, 시가총액이 6배가 넘는 코스피 시장의 3조7090억원을 웃돌았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신용융자잔고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데, 최근 하락폭이 큰 종목 중 신용잔고율이 높은 종목은 주의가 필요하다"며 "주 초반 10% 이상 하락한 종목 중 인트로메딕 등 16개 종목은 신용잔고율이 6%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밸류에이션도 이제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의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은 17.36배로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지난 2007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2.29배에 달한다. 이는 모두 코스피의 12개월 PER(10.85배), PBR(0.99배)을 훌쩍 웃도는 것이다.
과열 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그리스 문제 등으로 시장이 불안해지자 기관들도 이미 코스닥 시장에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지난달 이후 단 사흘을 제외하고 줄곧 순매수를 보이다 이번 주부터 다시 순매도로 돌아선 것.
교보증권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의 경우, 기업실적보다는 성장성과 수급 논리가 작용됐던 만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잠재돼 있는 상태"라며 "외국인 투자자의 공격적 매도가 기관 매도를 유도하며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분기 어닝시즌에 진입한 시점에서 기업 실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대형주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 기대감에만 의존한 추가 상승 여력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며 "2분기 이후 실적 개선 가시성이 확인되는 종목별로 주가가 차별화되는 양상이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한 "코스닥 시장에서 대규모로 출회된 국내 기관 매도 자금은 증시로부터의 자금 유출이 아니라 증시 내에서 순환하는 자금"이라며 "가치주 영역에 포함된 대형주로의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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