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8일 남측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모독하며 도발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의 다음달 방북이 “완전히 허사로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는 이날 대변인 담화를 발표해 이같이 말하고 “평양 방문 성사 여부는 괴뢰패당(남측 정부를 지칭)의 행동 여하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아태는 지난 6일 개성에서 김대중평화센터와 이 여사 방북 문제를 협의했던 북한 기구다.
아태 대변인은 “실무접촉에서 이희호 여사의 평양 방문 문제를 잠정 합의했을 뿐 아직 완전히 확정되지도 못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똑바로 알고 함부로 지껄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태가 불만을 표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자신들이 이 여사의 편의를 위해 항공편 방문을 제안한 것을 두고 남측 보수언론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언급하며 ‘새로 단장한 평양국제공항 선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 등으로 분석한다는 점이다. 또 통일부가 이 여사 방북 문제를 ‘원칙을 가지고 처리하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이 여사의 방북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초청을 토대로 추진된 것이고 정부도 ‘적극 지원’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이날 담화는 방북 자체를 무산시키기 위한 사전포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항공편 방북’을 김 제1위원장이 직접 제안한 것으로 언급되는 등으로 인한 아태 측의 부담감이 반영된 ‘북한 내부용’ 성명의 성격이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날 문제 삼은 요소들이 남측에서 더 확산되거나 북한 선원 귀순 등 남북관계의 다른 문제들이 커질 경우 실제로 이 여사의 방북을 취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날 북한은 해경이 동해에서 구조한 북한 선원들 중 귀순 의사를 밝힌 3명을 포함해 5명 전원을 송환하라고 요구하는 전화통지문을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 앞으로 재차 보냈다.
북한은 귀순 의사를 밝힌 3명을 보내지 않는 것은 귀순 강요에 따른 ‘억류’라고 규정하며 “전원 송환하지 않고 계속 억류하는 경우 우리는 보다 단호한 대응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마포구 동교동 이희호 여사 자택을 예방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