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K리그는 훌쩍 커버린 중국 축구 시장을 몸소 체험했다. K리그 최고 연봉 공격수가 한국 2부리그 격인 갑부리그의 하위 팀으로 거액을 받으며 떠났고, 국내는 물론 아시아 무대에서 성과를 내던 감독은 초특급 조건이 담긴 파격 제안을 받았다.
그동안 게임산업과 제주도 부동산 거래에서나 드러났던 '차이나머니'가 최근 축구에서도 활개치는 중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축구의 경우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와 코칭스태프 등의 해외진출이 그간 많았다. 네덜란드·잉글랜드 리그에 있던 박지성(34·JS파운데이션 이사장)과 사우디아라비아·네덜란드·독일·잉글랜드 등을 거친 이영표(38·KBS 축구해설위원) 등 특급 인재는 물론 K리그서 일정 수준 이상을 보인 수많은 선수들이 유럽과 중동 등지로 나갔다. 일본·미국 진출 사례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중국 구단의 영입이 많다. 빈도도 잦고 금액도 커졌으며 제안하는 선수의 폭도 넓다. 데얀과 하대성(이상 베이징 궈안), 박종우(광저우 부리) 등의 활약으로 한국 선수에 대해 신뢰가 강한 중국은 최근 전폭적인 투자로 K리그 선수들을 '사냥' 중이다.
허베이 종지는 한국 나이 30대 중후반 선수인 에두(34)에게 전북 연봉 대비 최소 3배인 50억여원을 제시했고 전북에도 이적료 300만달러(한화 약 34억원)를 내놨다. 은퇴 시점이 머지 않은 에두는 물론, 자금력 좋은 전북도 거절하기 힘들었다.
최용수(42) FC서울 감독은 장쑤 세인티에 2년6개월 총액 50억원 이상의 돈과 코칭스태프 선임의 전권을 포함한 조건으로 영입 제안을 받았다. 결국 최 감독은 '의리'를 선택했지만 축구계 인사들은 "제안 시점이 시즌 후였다면 결정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언급한다.
◇중국 허베이 종지로 이적한 에두의 전북 시절 모습. (사진=전북 현대)
◇최용수 FC서울 감독. ⓒNews1
중국 축구는 최근 시진핑 주석의 '축구굴기(일으켜세움)' 정책에 힘입어 전력 보강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선수 영입을 넘어 감독과 코치진 영입에도 쌈짓돈을 꺼낸다. 시 주석이 "중국의 월드컵 승리를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이자 기업도 정권 '코드맞추기'에 나섰다.
특히 광저우 헝다의 성공이 결정적 촉매가 됐다. 헝다그룹은 2010년 갑리그(2부리그) 팀을 인수해 매년 1000억원 이상 거액을 쓰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이에 광저우 헝다는 당연히 아시아 최고의 클럽이 됐다.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은 이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전국인민대표대회(양회)에서 상공위원이 되며 정치적 입지도 다졌다.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K리그에 불균형과 흥행 저하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선수공급처'로 전락하는 K리그는 중국의 하위 리그처럼 비쳐질 수 있다. 또 기업구단이 전력을 보강하고자 구단의 자금력이 취약한 시민구단 선수를 영입하려 나서면 시민구단은 선수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축구계는 리그의 불균형과 흥행 저하가 이어질까 걱정이 많다.
축구 전문가나 현장의 에이전트 등은 최근의 현상에 대해 단기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K리그는 관객 수요와 가용 자본 면에서 모두 불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내실을 다져 튼튼한 기초체력을 만들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쨌든 리그는 계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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