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받던 서울 구로동 일대가 살아나고 있다. 특히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등 개발 호재와 재건축 연한 단축의 수혜가 예상되는 구일역 인근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다.
16일 구로구 구로동 구로주공1차 아파트는 지난해보다 면적별로 최고 1억원 가까이 시세가 급등했다. 전용면적 84㎡는 4억원 대를 돌파하며 최고 4억3000만원 짜리 물건이 나오고 있고, 전용면적 73㎡ 역시 최근 한달 새 10건의 물건이 거래됐거나 계약을 앞두고 있어 최고가 시세를 갱신한 3억7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일역 주변으로 호재가 많아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타고 있다"며 "특히 주공아파트, 한신아파트, 현대연예인아파트 등 준공 30년이 다 돼가는 단지들은 재건축 연한 단축 영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올림픽 영향으로 1980년대 중후반부터 아파트와 빌라들이 지어진 구로동 일대는 남부순환로 구로IC, 지하철 1호선 구일역이 있어 주거 밀집지역으로 선호를 받아왔지만, 그만큼 상습적인 교통 정체와 낙후된 환경으로 저평가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숙원사업이던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본격화되며 교통 체증 완화와 함께 인근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성산대교 남단에서 서해안고속도로 금천 나들목까지 약 10km 구간을 터널로 연결하는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완공시 하루 5만 대 정도의 차량이 지하로 분산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구로1동의 경우 강남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등 혜택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본격화되며 구로동 일대 개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서부간선도로. 사진/ 뉴시스
구로철도 차량기지 이전도 부동산 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총 부지면적 25만3000㎡ 규모의 구로 차량기지를 경기 광명시 노온사동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를 역세권과 연계한 주거지역으로 개발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구로 차량기지는 기획재정부가 발주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타당성 재조사 용역 수행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르면 오는 2017년 말 착공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CJ 공장부지 개발도 예정돼 있다. 현재 지하철 1호선 구일역과 구로역 사이에 위치한 준공업지역 내 공장부지로,
CJ제일제당(097950)의 밀가루, 제분 공장으로 운영 중이지만 시설이 노후해 개발에 대한 이야기가 물망에 올랐다. 이에 지난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이곳을 복합개발부지로 개발하는 지구단위계획안을 통과시켰고, 최고 40층 높이의 공동주택과 판매시설, 업무시설, 문화시설 등이 들어설 전망이다.
이밖에 국내 최초 돔야구장인 서남권야구장(고척돔구장)이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어 유동인구 증가로 인한 상권 활성화와 기반시설 확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구로동은 서울에서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라며 "개발 계획 이전부터 실수요는 뒷받침됐기 때문에 매물이 귀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그는 "재건축의 경우 목동이나 상계동에 비해 움직임이 둔했던 것은 사실이고 중층아파트기 때문에 추가분담금이 얼마나 나올지가 관건"이라고 귀띔했다.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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