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사가 북극항로 상업운항에 들어갔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 항로에 비해 운항거리와 운항일수를 줄일 수 있어 선사들의 비용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북극항로의 결빙기가 점차 짧아지면서 운항 가능일수가 늘어날 것이란 점에서 글로벌 선사들의 새로운 항로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CJ대한통운(000120)은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 무샤파에서 자사 선박인 코렉스 에스피비 2호가 러시아 야말 반도를 향해 출항했다. 이 선박은 약 4000톤의 극지용 해상 하역시설을 싣고 아라비아해와 수에즈운하, 유럽을 거쳐 북극해에 진입, 내달 말쯤 러시아 야말반도 노비항 인근 해상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번 항해의 총 항로거리는 약 1만6700km이며 이중 500km가 북극항로에 해당된다.
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부산까지 기존 루트는 운항거리가 2만2000㎞에 달한다. 하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되면 1만5000㎞로 기존 항로에 비해 7000㎞ 짧다. 운항일수도 기존 40일에서 30일로 10일 가량 단축할 수 있다. 운항거리와 일수가 줄어들면 선사는 선원들의 임금과 연료비 등 선박 운용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화물에 따라 다르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20% 안팎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북극항로를 본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아직 초기 단계라 북극항로에 익숙한 해기사 인력이 부족하고, 이 지역을 경유해 갈 수 있도록 허가를 해주는 화주를 찾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선사들도 아직 항로 개발 단계라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온도에 민감한 화물의 경우에는 더 그렇다.
결빙기에는 얼음을 깨고 항해할 수 있는 고가의 쇄빙선이 필요해 비용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 북극항로에 얼음이 얼지 않는 기간은 7~10월까지 연간 4개월에 불과하다. 이 기간 외에는 스스로 얼음을 깨고 나갈 수 있는 아이스클래스급 선박을 이용하던지 아니면 쇄빙선이 길을 터줘야 북극해를 지나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 선뜻 북극항로를 이용하겠다는 선사는 거의 없다”면서도 “향후 제반 여건이 개선될 경우 북극항로 이용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항로 선점을 위해 북극항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항로 개발과 관련해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양수산부 산하 해양수산연수원을 통해 관련 전문 인력도 양성하고 있다. 23일 현재까지 15명의 극해항로 전문 해기사 교육을 완료했고, 연내에 추가로 20명의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선사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쇄빙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러시아 정부와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번에 첫 상업운항을 개시한 CJ대한통운 외에 연내 북극항로를 이용하겠다는 선사는 아직 없다”면서도 “현재 러시아 연안 지역에서 유전 및 LNG 가스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북극해 지역으로 향하는 플랜트 기자재 등 화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의 중량물 전용선인 코렉스 에스피비 2호가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 무샤파 항에서 4000톤의 해상하역시설을 싣고 목적지인 러시아 야말반도를 향해 출항하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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