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27일 현안보고를 시작으로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본격적으로 개시된다.
여야는 지난 23일 원내지도부 합의에 따라 국회 정보위, 미방위, 국방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등 4개 상임위에서 다음달 14일까지 관계기관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내국인 사찰 의혹’ 진상규명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야당과 이를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정치공세’로 반박하고 있는 여당의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 소관 상임위인 정보위는 이날 오후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이병호 국정원장과 1·2·3차장 등 간부들이 출석한 가운데 숨진 국정원 임 모 과장이 삭제한 파일 분석 결과를 보고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국회에서의 증언 등과 관련한 국정원법에는 ‘국정원장은 국가의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밀 사항에 대하여는 그 사유를 밝히고 자료의 제출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정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이 지난 21일 요구한 해킹프로그램 로그파일 등 30개의 자료 가운데 단 1건의 자료도 제출하지 않아 ‘무늬만 진상규명’일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같은 날 진행될 미방위 현안보고에서는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도입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 프로그램 구매 중개업체인 ‘나나테크’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여부, 국정원이 SKT 회선 5개 IP에 스파이웨어를 감염시키려했다는 의혹 등이 다뤄질 전망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측 관계자가 출석 예정이다.
내달 11∼12일 쯤에 현안보고가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국방위에서는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유사한 해킹 프로그램 구매 가능성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여야 간사가 금주 중 접촉해 일정을 잡기로 한 안행위에서는 국정원 임 모 과장의 사망과 관련해 ‘마티즈 바꿔치기 및 폐차의혹’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4개 상임위 현안보고가 끝나는 대로 그 결과를 토대로 정보위를 다시 개최해 양당이 합의한 이의 증언과 진술을 청취하겠다는 계획이다. 야당은 ‘사실상 청문회’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이 반대할 경우 성사는 불투명하다. 결국 야당 일각에서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청문회 개최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정보위 여야 간사들과 함께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4자 회동을 갖고 국정원 현장 조사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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