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과 투자 환경 개선이 국내 스타트업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투자 방식의 다양화나 투자 회수를 위한 몇 가지 과제가 해결되는 중이고, 특히 물리적인 지원 공간의 확충은 이제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
디캠프로 시작해, 마루180, 구글 서울 캠퍼스, 네이버 D2 스타트업 팩토리, 팁스 타운, 전국을 아우르는 창조경제혁신센터, 그 밖에도 다른 민간 창업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는 이제 당분간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스타트업 투자나 육성 환경도 기존의 벤처 투자자들 외에도 엔젤 투자, 액셀러레이터, 마이크로 VC 등의 다양한 투자 방식과 유형을 통해 생태계가 보다 더 다양성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바람직한 것은 다양한 모임과 행사, 토론과 논의가 기관의 주도가 아닌 스타트업과 개인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없이 매우 유연하게 만남을 실행하고 있다. 이는 내가 2년 전에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런던과 실리콘밸리를 스타트업과 함께 다니면서 가장 부러워했던 모습인데, 이런 문화가 우리나라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라보면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 그 첫 번째가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해외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비유기체인 공기와 물, 토양은 갖췄는데, 살아있는 유기체인 스타트업 자체의 생존력과 건강함이 미흡한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사례를 참조하는데, 실리콘 밸리나 이스라엘에서 등장하는 스타트업은 매우 탄탄한 기술력과 세상에 혁신을 가져오는 영역에서 출발해 도전적이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 비즈니스 환경을 혁신하거나, 인공지능에 도전하고, 기초 과학 기술을 응용해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프론티어 문제를 사업 영역으로 잡는다.
이에 반해 현재 우리 주변에서 관심을 갖는 기업은 배달, 부동산, 놀이, 대출 등 매우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기술적 깊이가 얕은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 머무르면 진정으로 우리 사회가 기술을 통해 혁신 하는 영역은 다시 또 해외 기업이 주도하는 취약한 생태계가 될 것이다. 이는 마치 외래 종이 들어와서 생태계가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되는 모습과 같을 수 있다.
또 다른 과제는 다양성의 문제이다. 아직도 우리 분위기는 한국 사람들이 중심이 되는 매우 단조롭고 일원적인 스타트업 생태계인 것이다. 품종의 다양성은 생태계의 건강함과 창조력에 핵심적 요소임에도 우리의 생태계는 아직 이런 특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각국의 스타트업 지원 정책에는 해외 인력의 도입과 연계를 통한 새로운 인적 자원의 확보가 중요한 요소로 들어가 있다. 이는 그 나라의 인력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보다 더 강하고 의미있는 스타트업 육성에 방점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임정욱 센터장은 베를린에 있는 여러 스타트업에서 독일인을 만나기 어려웠다는 얘기를 내게 들려줬다. 영국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의 경쟁력 있는 엔지니어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룩셈부르크는 오히려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환경이 새롭고 흥미로운 비즈니스를 실험하기 좋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이를 위해 각국의 스타트업이나 인력이 들어와 새로운 도전을 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투자 기회를 엿볼 것이다.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성장할 수 있는 외부 환경을 많이 개선했다면 이제는 스타트업 자체의 경쟁력, 다양성에 대해 좀 더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시각을 갖고 커나가게 해야 할 것이다. 창조성은 다양성을 바탕으로 여러 문화의 접목과 상호 교류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상기 세종대학교 ES 센터 교수, 소셜컴퓨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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