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저유가 시대에 접어들었다. 불균형한 수급으로 50달러를 깨고 내려온 유가가 쉽사리 반등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가가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공급 과잉, 수요 둔화 등으로 연내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기술적 반등을 제외하고는 추세적인 하락이 예상된다며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공급 과잉·수요 둔화에 저점 낮추는 유가
7월 중순 50달러 지지선을 확인하고 반등 흐름을 보였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2일(현지시간) 50달러를 이탈하며 다시 내려앉았다. 지난 29일에는 5거래일 만에 반등에 나섰지만 3월 이후 최저치인 47달러선을 벗어나지 못했다. 브렌트유 역시 지난 4월 고점 대비 20% 하락해 2009년 최저 수준인 53달러선까지 밀려났다.
시장은 달러 강세 움직임에 주목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FOMC회의를 앞두고 달러 강세로 유가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7일에는 달러 약세에도 유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했으며 28일 역시 달러 강세 전환에도 유가는 반등하는 등 기존 공식이 무너지는 모습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유가의 펀더멘털이 약해졌다며 유가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만성 공급 과잉을 지적했다. 최근 감소 조짐을 보이던 미국의 원유 재고가 예상 밖의 증가를 나타내 추가 하락을 부추긴 것이다. 에너지 정보청은 원유 재고가 230만배럴 감소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250만배럴 증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을 확대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점유율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 밖에도 중국 증시의 급락 등으로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림에 따라 세계 최대 원유 소비국인 중국이 유가 수요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유가 하락에 불을 지폈다.
◇40달러 테스트 국면 들어갈 듯
상황이 점점 악화되다 보니 연내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감산이 없는 한 유가의 근본적인 펀더멘털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에서 이란의 핵협상 타결 이후 원유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공급 우위 장세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28일 미국 공화당의 리사 무르코스키 상원의원은 위원회 증언에서 미국의 원유 수출 금지법을 폐지하자고 주장했다. 원유 수출이 재개되면 휘발유 가격을 낮춰 소비를 진작시키고 일자리 창출을 도모할 것이라며 과거 시대 유물인 관련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핵협상 타결로 내년부터 이란의 원유 생산이 본격 재개되면 점유율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원유 시장 내의 입지 확보를 위한 미국의 선제적 조치라고 말했다. 미국 원유 수출 금지가 폐지될 경우엔 유가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지지선인 50달러 회복은커녕 오랜 기간 40달러를 횡보하거나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월터 짐머만 미국 금융중개사(ICAP) 애널리스트는 “산유량 증가의 지속으로 2009년보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조만간 연저점인 43.46달러선이 깨질 수 있으며 그 다음 저점인 32.40달러를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처드 헤스팅스 글로벌 헌터 증권 전략가는 “전세계적으로 원유 시추공들이 감산해야 할 인센티브는 없어 보인다”며 “공급 우위 장세 속에서 유가는 40달러선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 회복에 따른 원유 수요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내놨다. 중국 경제의 회복 여부가 장기적으로 유가 흐름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란 정유사 직원이 테헤란 정유공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 최근 유가는 공급 과잉 장세가 지속되면서 5개월래 저점까지 밀렸다. (사진=뉴시스·AP)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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