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립학교 성폭력 사건이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이미 작년 2월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피해자만 무려 100여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가해자가 모두 교사라는 점이다. 가해자는 처음 4명에서 5명으로 늘었고 더 있다는 제보들도 나오고 있다. 이들은 상대를 가리지 않았다. 학교에서는 제자인 여학생들을, 방과 후에는 회식자리에서 동료 여교사들을 추행했다.
수법도 악랄했다. 가해자인 A교사는 특별활동 시간 과학실과 미술실에서 여학생을 성추행하는가 하면 교내외에서 다수 동료 여교사들을 1년여간 성추행해왔다.
B교사는 일부 여학생을 ‘황진이’, ‘춘향이’라며 놀이하듯 불렀다. 황진이는 조선시대 손꼽히는 여류시인이고, 춘향이는 우리나라 대표 고전 춘향전의 여주인공이다. 황진이는 본인이 기생이었고, 춘향이는 퇴기 월매의 딸이다. B교사의 행실을 봤을 때 그는 자신이 별명을 붙인 여학생들 역시 기생으로 보고 있었음이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 게다가 B교사는 자신이 연예
인과 성관계 하는 상상을 수업 중 늘어놓는 엽기적인 행각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C교사는 최소 6명 이상의 여학생을 1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 D교사는 회식 중 노래방에서 저항하는 여교사의 옷을 찢고 몸을 더듬었다. 해당학교 교장도 직무유기(은폐)와 여교사 성추행 등의 혐의로 지난 31일 경찰에 고발됐다. 일본판 음란동영상 얘기가 아니다.
진상조사에 나선 서울교육청 E감사관의 행태도 통탄스럽다. 그는 피해 여교사를 면담하기 전 술을 마셨다. 지인과의 점심자리에서 반주로 막걸리를 마셨고 피해 여교사들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지만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게다가 그는 개방형으로 모집해 선발한 법조인이다. 여러 언론인터뷰를 통한 해명에서도 그는 면담 전 술을 마신 것에 대해서는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사건 발생부터 조사단계까지 줄을 꿰어 당겨보면 매우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그 어느 누구에게서도 도덕적·직업적 양심상 수치심을 찾아볼 수 없다. 교육계의 심각한 현실이자 위기다. 서울교육청은 한 점 의혹 없이 명백히 진상을 가려내 엄정 조치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완벽에 가깝도록 대대적인 정화작업을 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이미 한계를 넘은 교육계의 도덕적 일탈을 더 이상 잡지 못하게 된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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