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열린 7월23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에서 김지형 조정위원장 이 조정권고안을 읽고 있는 모습을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가족과 관계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가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힌 가운데 또다른 협상주체인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반올림은 11일 성명을 내고 "가대위 여섯분이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이유로 삼성 직업병 문제의 사회적 해결이라는 과제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가대위 여섯분이 책임있는 자세로 이후 조정 절차에 임해 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는 가대위를 핑계 삼아 조정을 무위로 돌리지 말고 더 성숙한 자세로 조정에 임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반올림은 가대위의 요구로 조정이 시작됐고, 권고안에서 논란이 되는 공익법인 설립안도 건강재단이라는 제3의 기구를 통한 보상과 예방이라는 가대위의 제안이 모태가 됐다는 점 등을 들며 "가대위가 정작 실질적인 조정을 앞두고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되돌리는 듯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했다.
앞서 조정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기부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고,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재발방치 대책 등을 마련하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가대위는 공익법인 설립 등에 이의를 제기했고, 전날 9월말을 1차 시한으로 삼성전자와 당사자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며 조정위에 조정기일 지정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1000억원을 사내 기금으로 조성해 보상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익법인 설립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한 상태다.
반면 또다른 협상 주체인 반올림은 조정위 발표 당시 권고안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8일 반올림에 속한 피해자의 가족 황상기씨, 김시녀씨 등 2명이 조정위의 권고안에 거부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고, 이튿날 반올림과의 불화나 조정위를 거부하는 글이 아니라며 조정위의 권고안에서 보상안이 너무 작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효과가 없을 것 같아 보상안을 현실에 맞게 올리라는 뜻이라는 의견을 나타낸 바 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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