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58) 셀트리온 회장이 10여년 전 셀트리온 유상증자 과정에서 취득한 주식을 두고 과세당국과 벌인 177억대 증여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는 서 회장이 남인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한 88억2400여만원 과세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2004년 4월~2005년 2월 유상증자 당시 셀트리온은 미국 상장법인인 벡스젠의 에이즈 백신 개발 실패로 특별한 사업모델 없이 수익활동을 전혀 하지 않던 상태였고 이에 따라 1주당 자산가치도 406원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실제 셀트리온 주식 거래도 주로 5000원을 전후한 가격에 이뤄졌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 시기에 서 회장이 셀트리온 실권주를 주당 5000원으로 123만주를 취득한 점에 대해 과세당국이 주당 가격을 1만5000원~1만6500원으로 평가해 증여세 88억2400여만원을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서 회장이 2005년 5월~7월에 이뤄진 유상증자 과정에서 실권주 63여만주를 주당 5000원에 취득하고 2005년 8월 사내 임원으로부터 셀트리온 주식 21여만주를 주당 7000원에 매수한 것과 관련해서는, 주당 가격을 2만원으로 평가해 증여세 89억1300여만원을 부과한 과세당국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셀트리온은 에이즈 백신의 개발지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동물세포배양기술을 이용한 바이오산업관련 제품 생산으로 사업모델 전환을 결정한 후 2005년 3월 생산설비를 준공했고, 이후 유상증자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을 추진하면서 셀트리온의 주가가 대체로 2만원 또는 이보다 높은 가격으로 형성돼 거래됐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셀트리온 이사회가 그해 8월과 12월 추가 유상증자를 하기로 결정하면서 신주 발행가를 각각 2만2500원, 2만2000원으로 책정했다는 사실도 과세당국에게 유리한 판단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또 "서 회장은 사내 임원으로부터 주식을 주당 7000원에 매입한 당일에 그 전부를 포함해 자신의 주식과 함께 총 42만2000주를 증권사에 주당 2만원으로 양도해 32억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며 "이 같은 서 회장과 사내 임원과의 주식 거래는 합리적인 경제인의 통상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 회장은 지난 2004년과 2005년 3차례 이뤄진 셀트리온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다른 주주들이 포기한 셀트리온 주식 187만여주를 배정받아 주당 5000원에 인수하고, 사내 임원으로부터 2만여주를 1주당 7000원에 매수했다.
이에 과세당국은 "서 회장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했다"며 주당 가격을 1만5000원~2만원으로 평가해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서 회장은 조세심판원에 제기한 심판청구도 기각되자 "당시 유상증자 과정에서 셀트리온의 주당 본질가치가 음(-)의 수를 보였으며 주당 5000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어서 주당 5000원의 인수가액은 시가에 해당한다"면서 "사내 임원과의 주당 7000원 주식 거래 경우에도 특수관계가 아닌 정상적인 거래여서 이를 시가로 봐야 한다"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013년 4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시티 별관에서 보유지분 매각 관련 긴급 기자회견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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