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시골에 내려가 농사를 짓고 있는 이모(68, 남)씨는 한여름 무더위에 일사병과 열사병 등 온열질환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평소 고혈압이 있었기 때문이다. 폭염 날씨는 고혈압 등 혈관질환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얘길 듣고 걱정이 됐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열사병과 일사병 환자는 2013년에 4590여명을 기록했다. 폭염특보 발령 기간인 6~8월 동안 1200여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전체 환자의 4분의 1이 폭염 기간에 발생한 것이다.
사망자도 발생했다. 2013년에는 폭염환자 중 14명이 사망했다. 올해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염이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집계 결과 지난 5월 말부터 8월 현재까지 61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7명에 달했다.
특히 폭염에 가장 취약한 노약자에서 환자가 많이 발생했다. 나이가 들수록 땀샘의 기능이 떨어져 체온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더위로 인해 혈압 변화가 심해져 만성질환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
더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발생시켜 인체 기능성을 저하시킨다. 심혈관계질환, 호흡기계질환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신경계질환이 문제가 된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 지역 폭염 기간 사망자 분석자료를 보면 3177명이 폭염에 영향을 받아 사망했다. 신경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3.06%에 달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어 심혈관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1.48%, 호흡기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0.86%를 나타냈다.
뇌질환, 척수질환, 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아우르는 신경계질환에는 우리 국민 사망 원인 2위인 뇌졸중이 포함된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손상돼 터지는 뇌출혈 등이 뇌졸중에 속한다.
뇌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뇌로 가는 산소 및 혈관의 흐름이 멈추거나 더뎌진다. 이때 뇌신경이 훼손되면 사망에 이르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는 질병이 발생할 수 있다. 중풍이나 치매가 대표적인 예다.
뇌졸중 발생에 있어 가장 위협적인 위험인자는 고혈압이다. 평소 고혈압 이력이 있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무더위로 인해 혈압 변화가 있지 않은지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더위는 체내의 수분을 급격하게 배출해 혈액의 질을 떨어트리고 혈압 변화를 유발한다. 체온조절을 위해 땀을 흘리다보면 혈액 내 수분 함량이 줄어들어 혈압이 높아지는 것이다.
땀 때문이 아니라도 기온차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의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고온의 실외로 나가면 혈관 표면이 수축해 혈압 변화를 일으킨다. 스트레스 역시 혈관을 수축시키는 원인이다.
뇌졸중의 경우 혈관이 50% 이상 막힐 때까지도 자각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뇌로 가는 산소 및 혈액의 80% 이상이 지나는 목 양쪽의 혈관 경동맥은 뇌졸중 등 뇌질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최근 경동맥내중막두께가 0.1mm 두꺼워질수록 경도 인지장애나 치매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초음파를 통해 경동맥내중막두께를 측정했을 때 한국인의 경우 1.7mm 이상이면 동맥경화 진달을 내릴 수 있으며, 뇌졸중 발생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본다. 이 밖에 MRA, CTA, 뇌혈류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혈관이 얼마나 좁은 상태인지를 검사해보는 것도 뇌졸중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다.
노약자일수록 무더위 건강수칙을 유념하는 게 중요하다. 65세 이상의 고령자나 심장질환, 고혈압, 우울증, 순환장애 등으로 약을 복용하는 사람 등은 무더위에 취약한 고위험군에 속한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온이 최고에 달하는 오후 12~4시 사이 최소한 2시간 동안 냉방이 가능한 건물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부득이 하게 외출을 할 땐 창이 넓은 모자착용 및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물병을 휴대하도록 한다.
물을 많이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되 알콜성 음료는 피해야 한다. 운동을 하는 경우는 매시간마다 2∼4컵의 음료를 복용하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렸을 땐 이온 음료 등을 마셔 염분과 무기질을 보충해야 한다.
냉방장치가 돼 있는 시원한 실내나 그늘에 머물러 적정한 체온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야외 활동을 줄이고 외출 시에도 되도록 서늘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더위에 노출된 경우 체온 조절을 위해 적정한 온도의 물로 샤워, 목욕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열대야 등으로 수면이 부족할 수 있으니 휴식을 충분히 취하도록 한다. 심장 두근거림, 호흡곤란, 두통, 어지럼증 등 몸의 이상증상을 느끼면 즉시 휴식을 취한다.
강석재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전문의는 "여름철 뇌졸중 발생 비율은 겨울보다 낮지만, 경동맥 협착증이 있거나 뇌동맥의 협착증이 있는 경우에는 탈수현상에 의한 뇌졸증의 비율이 겨울보다 여름에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며 "보건 당국이 요청하는 건강 수칙을 잘 따르고 평소 만성질환이나 가족력·병력이 있었다면 미리 병원을 찾아 본인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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