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한국지엠 임팔라, 만만찮은 경쟁자 속 확실한 존재감
2015-08-23 12:00:00 2015-08-23 12:00:00
최근 10년여간 한국지엠 준대형 세단은 수난의 시대를 겪어왔다. 지난 2005년 스테이츠맨을 시작으로 베리타스, 알페온 등 출시하는 차종마다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10년 출시된 알페온은 당시 현대차(005380) 제네시스와 렉서스를 경쟁상대로 꼽으며 '월 판매 2000대'라는 호기로운 목표를 제시했지만 올해 7월까지 총 판매대수가 3만4000여대 미만에 그쳤다.
 
잇따른 실패에 한국지엠은 최근 적극으로 도입 중인 쉐보레 브랜드를 준대형 세단에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선보여진 차량이 북미시장 베스트 셀러 쉐보레 '임팔라'다.
 
임팔라는 지난 1958년 첫 모델 출시 이후 10세대에 걸쳐 누적 판매 1600만대를 돌파한 쉐보레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4만대 이상 판매되며 대형세단 부문 부동의 1위를 지킬만큼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 '믿을맨'이기도 하다.
 
한국지엠은 이같은 쉐보레 임팔라를 국내 시장에 도입하며 그간 부진에 허덕이던 준대형 세단의 부활을 알릴 모델로 꼽았다. 판매목표부터 통 크게 제시했다. 최대 연간 2만대 규모다.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비록 최근 SUV 열풍에 국내 시장에서 세단모델의 인기가 주춤하긴 하지만, 여전히 현대차 그랜져와 기아차(000270) K7, 르노삼성 SM7 등 걸출한 차량들이 버티고 있다. 이처럼 험난한 준대형 정글에서 한국지엠 임팔라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 경쟁력을 시승을 통해 점검해봤다.
 
외관 디자인은 반세기 동안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모델의 자부심과 시대 흐름에 따른 트렌드 변화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동시에 느껴진다. 묵직하고 뚜렷한 윤곽과 동급 최대 길이를 자랑하는 전장(5110mm)이 주는 첫 인상은 미국 브랜드 특유의 힘과 안정성이 느껴진다.
 
◇(사진=정기종 기자)
 
다소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디자인 또한 C필러와 측면부에 임팔라 로고를 넣어 보완했다. 다만 할로겐이 적용된 리어램프는 독일산 브랜드를 비롯해 편의 사양이라면 어디가도 밀리지 않는 현대·기아차 준대형 세단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진 않아 보였다.
 
◇C필러와 측면부에 새겨진 임팔라 로고로 단조로워 보일수 있는 외관을 보완했다.(사진=정기종 기자)
 
운전석에 들어서자 투톤 컬러 처리된 고급스럽고 넓직한 실내가 구성이 눈에 들어온다. 투박하지 않은 수준의 간결하고 중후한 구성이다. 깔끔한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구성은 과도한 화려함 보다는 잘 정돈된 안정감을 준다.
 
◇한국지엠 임팔라 내부 전경(사진=정기종 기자)
동급 최고 수준의 전장을 자랑하는 모델답게 공간 활용성도 충분해 보인다. 성인 남성이 충분히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조성된 뒷좌석은 물론, 535리터의 트렁크 공간은 '얼마나 더 들어갈수 있을까'싶은 정도의 공간을 제공한다.
 
◇뒷좌석과 트렁크는 준대형 세단에 걸맞는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사진=정기종 기자)
 
시승에 사용된 3.6 LTZ 모델에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자 부드럽게 치고 나간다. 무리없는 코너링과 정숙성은 무난한 수준이다. 특히 고속구간에서 주는 매력은 남달랐다. 고배기량 가솔린 차량답게 시원하게 밀고 나간다.
 
최대 출력(309마력)과 토크(36.5kg.m)를 발휘하는 3.6리터 6기통 직분사 엔진을 갖춘 모델다운 힘이다. 하위 트림인 2.5 가솔린 모델에도 동급 최대 토크(26.0kg.m)에 기반한 고효율 2.5리터 4기통 직분사 엔진이 탑재됐다.
 
물론 이 점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해 연비 측면에서는 아프게 작용한다. 복합 9.2km/리터(고속 12.0km/리터, 도심 7.7km/리터)로 경쟁 차종에 비해 다소 밀리는 수준이다. 실제로 여수공항에서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리조트까지 약 100km에 달하는 구간을 주행해 측정된 연비는 리터당 8km대를 기록했다.
 
◇임팔라는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최고 수준의 힘을 자랑한다.(사진=한국지엠)
주행 성능에 있어 가장 아쉬운 부분은 단단한 서스펜션이었다. 방지턱이 국내처럼 높게 솟지 않고, 완만하고 넓게 적용된 미국에서 제작된 차량이란 점과 한국시장 단일 타겟 모델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모델인 점을 감안해도 호불호가 분명할 것으로 보인다.
 
입맛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겠다고 나선만큼 안전·편의사양은 준수하다. 지능형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은 전방 레이더를 통해 인지된 사고 상황을 운전자에게 시청각으로 경고하며, 유사시 차량을 제동해 능동적으로 사고를 예방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경우 앞차와의 거리 수준을 운전자가 조절 가능하다.
 
◇임팔라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사용자에 입맛에 따라 앞차와의 간격을 설정할 수 있다.(사진=정기종 기자)
 
뿐만 아니라 동급 최초 운전석 및 동반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해 총 10개의 에어백이 기본 적용됐다. 전방충동 경고 및 후측방 경고, 사각지대 경고, 차선변경 경고,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등의 고급 사양이 전 모델에 기본으로 제공된다.
 
편의사양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쉐보레가 적극적으로 밀고있는 애플 카플레이가 지원되는 차세대 마이링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8인치 고해상도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준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충분한 편의성을 구현했다. 프리미엄 사운드를 위한 보스(BOSE)사의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역시 주행 중 귀를 즐겁게 하는 요소다.
 
이밖에도 비밀번호 설정을 통해 시크릿 큐브와 트렁크 잠김 및 차량설정을 제어하는 발렛모드, 차량 내부에 위치한 220V 인버터, 액티브 폰 쿨링(APC)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전자식 차일드 락 시스템 등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편의 사양들이 대거 적용됐다.
 
플래그십 세단에 '가성비가 좋다'는 말은 칭찬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임팔라는 확실히 경쟁모델과의 비교에 있어 가성비가 훌륭하다는 느낌을 준다. 이 부분은 임팔라가 갖춘 분명한 장점이다. 미국 판매가 보다 낮은 국내 판매가(3409만~4191만원)도 소비자 입장에서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는 요소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지엠이 절치부심하고 내놓은 임팔라가 당당하게 도심을 누빌지, 준대형 세단 먹이사슬 중 최하위에 놓이게 될지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사진=한국지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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