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창원시 새 야구장 설계작에 해안 컨소시엄(주간사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공동참여사 범종합건축사사무소)이 만든 '가고파 파크, 365일 열린 가족공원'가 선정됐다.
이번 야구장 설계 공모작 발표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19일 공모작 발표 때까지의 여러가지 뒷 이야기를 간략히 정리했다.
◇창원시청. (사진=이준혁 기자)
◇수치화된 점수 매긴 작품은 3개뿐
'창원 새 야구장 건립사업 설계공모 심사위원회'가 열린 장소인 창원시청 제3회의실에서는 위원회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위원들의 논쟁이 벌어졌다.
공모작 평가방법이 논쟁의 빌미를 제공했다. 당초 규정대로 6개작을 모두 평가하자는 측과 투표로 세 작품만 골라 평가하자는 측의 의견이 맞섰다. 심사위원 동의로 평가 방법을 일부 변경할 수 있다는 관련 법규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논쟁이다. 결국 6개작의 절반인 3개작을 투표를 통해서 뽑는 방식으로 위원회가 진행됐다. 총 3개작은 수치화된 점수를 받을 기회도 얻지 못했다.
투표 결과 당선작인 해안 컨소시엄 응모작 외에 희림 컨소시엄(주간사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공동참여사 로세티) 응모작과 정림 컨소시엄(〃 정림종합건축사사무소, 〃 단우건축사사무소) 응모작이 최종 채점 대상이 됐다. 공간 컨소시엄(〃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 〃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디에이 컨소시엄(〃 디에이그룹, 〃 나우동인건축사사무소), 포스코A&C 컨소시엄(〃 포스코A&C, 〃 이가종합건축사사무소)은 먼저 고배를 마셨다.
◇창원시 새 야구장 설계 공모에 고배를 마신 우수작인 희림 컨소시엄(주간사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공동참여사 로세티(미국))의 조감도. (이미지제공=창원시)
◇1등과 3등의 항목별 점수차는 20%
평가는 9명의 위원이 창원시가 지정한 6개 항목을 각자 채점 후 이를 합한 결과에, 사전 통보된 감점 대상 회사에 감점을 적용해 최종 점수를 매겨 당선작을 내는 식으로 진행됐다.
항목은 ▲배치계획(20점) ▲공간계획(20점) ▲경관 및 주변과의 조화(10점) ▲기술계획(20점) ▲특화계획(25점) ▲기타(5점)로 구성됐다. 특화계획 배점이 다른 항목보다 소폭 높았다.
애초 논란이 됐던 사전 감점폭은 응찰사의 소명서를 받고 소명이 참작돼 대부분 크게 낮아졌다. 감점이 1점뿐인 1개사를 빼고는 초기에 3~10점에 달했던 감점은 1.7~1.9점으로 줄었다.
심사위원들은 3개작을 미리 거르고 남은 3개작을 대상으로 1등작은 20점(특화계획은 25점, 경관 및 주변과의 조화는 10점, 기타는 5점), 2등작은 18점(〃 22.5점, 〃 9점, 〃 4.5점), 3등작은 16점(〃 20점, 〃 8점, 〃 4점)을 매겼다. 1등작을 기준으로 차점작에 10%씩 점수를 깎는 형식이다.
10%씩 깎는 방식이다 보니 1등과 3등의 항목별 점수 차이는 20%에 불과하다. 한 작품에 6개 항목을 다 1등으로, 다른 작품은 모두 3등으로 몰아줘도 점수는 20점차밖에 나지 않는다.
만약 6개작을 모두 평가했을 경우 당선작은 해안 컨소시엄 작품이 아니었을 확률도 있다. 6개작을 평가했을 경우 특화계획 항목은 1등작은 25점, 6등작은 12.5점을 받게 된다. 다른 항목도 10~5점, 20~10점 등으로 배점 차이가 커진다. 다른 항목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한 항목에서 유독 뒤처진다면 점수가 크게 깎였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창원시 새 야구장 설계 공모에 고배를 마신 가작인 희림 컨소시엄(주간사 정림종합건축사사무소·공동참여사 단우건축사사무소)의 조감도. (이미지제공=창원시)
◇공정성, 창원시가 끝까지 지키려던 가치
창원시가 이번 공모를 진행하며 지키고자 했던 최대 가치는 공정성이다. 창원시는 "최고 작품 선정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공정하려 노력했다.
심사위원 후보 선정부터 외부에 맡겼다. 건축학과가 있는 전국 24개 국·공립대(6명 쿼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독립적 자문 조직인 야구발전실행위원회(2명 쿼터), 대한건축학회(1명 쿼터)로부터 심사위원 후보의 추천을 받았다. 이후 최종 심사위원은 응찰사에 3장의 투표권을 부여하고 쿼터별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로 선정했다. 6개사가 모두 경쟁사인만큼 시는 투명하게 선발될 것이라 기대했다. 그리고 시는 선발된 9명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했다.
20일 이용암 창원시 야구장건립단장은 "내게도 다양한 유혹이 있었다. 학연과 지연을 통해 접근하려고 했던 업체도 있었다"면서 "알고 지내던 고향 분이 밥 한끼 하자 말해서 갔고, 이 분이 동행하겠다고 미리 말하지 않던 참가하려던 업체 분을 데려와 곤란했던 경험도 있다. 그 때 '특혜를 줄 방법도 생각도 없다. 공고가 뜨면 뜨는 시각에 맞춰 전화해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 업체는 최종 6개사에 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창원시 새 야구장 설계 공모에 최종 당선된 해안 컨소시엄(주간사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공동참여사 범건축사사무소·美 파퓰러스 협력)의 조감도. (이미지제공=창원시)
◇美 파퓰러스, 해안과 함께 한국시장 진출
19일 저녁 창원시 새 야구장 설계 당선작 발표 이후로 많은 스포츠 팬들의 관심은 미국 유수의 스포츠 인프라 전문 기업인 파퓰러스(Populous)의 해안 컨소시엄 참가에 쏠렸다.
파퓰러스는 공식적인 참여사로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해안 컨소시엄에 참여, 당선작 주요 설계 과정을 담당했다. 해안건축은 사전에 창원시에 이같은 협업의 가능 여부를 물었고 창원시의 긍정적 회신을 받았다. 해안 컨소시엄의 작품을 파퓰러스의 작품으로 여겨도 결코 무리가 아닌 이유다.
파퓰러스는 미국 메이저리그(MLB) 야구장 과반의 설계를 맡은 바 있고 대표작에 양키 스타디움(Yankee Stadium·뉴욕 양키스 홈 야구장), 펫코 파크(Petco Park·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 야구장), 타켓 필드(Target Field·미네소타 트윈스 홈 야구장)가 있다. 야구장 설계 경험은 미국 최다다.
많은 스포츠 팬들은 언론을 통해 당선작을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음과 동시에 파퓰러스에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또한 파퓰러스의 향후 한국 시장 진출 여부에도 관심을 보였다.
본지 취재 결과 파퓰러스는 향후 있을 스포츠 인프라 설계 입찰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국내 법규상 단독 응찰은 특이 경우가 아니면 불가능한 만큼 국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데 창원 야구장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해안과 향후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파퓰러스가 아시아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김주영 파퓰러스 아시아 디렉터는 본지의 질의에 대한 답변에 "파퓰러스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면서 "한국에도 선진 스포츠&엔터테인먼트 인프라가 구축되도록 파퓰러스의 역량을 모아 '이것이 파퓰러스의 진정한 실력이며 작품'이란 것을 팬들과 고객(발주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좋은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 노력했다"면서 "해안건축과는 세계 최대인 필리핀 아레나 작업에 함께 했고, 당시 실력도 실력이지만 이만큼 정직한 회사를 찾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좋은 파트너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창원=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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