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대대적 특별사면을 단행한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가 특별사면 남용 우려를 표하며 법적 통제 장치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특별사면권의 남용 문제와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현안보고서에서 "특별사면권은 오랜 역사적 배경에 근거해 과거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명맥을 이어왔으나, 정치적 남용 또는 자의적인 권한 행사 가능성이 늘 위험인자로 작용해 왔으며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을 가져오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간 행해진 특별사면 현황을 살펴보면 특사가 행해진 횟수(95차례)보다 일반사면(9차례)보다 월등히 많아 특별사면권이 더 쉬운 권한행사의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국민대통합을 이유로 유명 정치인, 경제인, 공직자 등을 사면대상에 다수 포함시켜 일반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지 않는 사면이 여러 차례 이뤄진 것을 볼 수 있다"며 현행 특별사면권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일반사면보다 국회의 동의 없이 행정부 내부적 절차로 행해질 수 있는 특별사면을 선택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대규모 특별사면 역시 일반사면적 성격을 갖는 경우가 있어 각각의 사면 형식을 구분하는 '사면법'의 취지가 몰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현행 특별사면제도는 ▲헌법과 사면법이 특별사면권 행사의 절차적 요건 외 특별사면권 행사 대상·기준·한계 등에 관한 실체적 요건 및 제한 규정 미비 ▲특별사면 대상자 선정의 객관성·공정성 결여 ▲사면심사위원회 구성 및 역할의 한계(위원회 결정에 대한 법적 구속력 부재) ▲특별사면 대상자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건 관계인 등의 의견 수렴 불가 등 여러 측면에서 보완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법조사처는 이에 ▲사면법상 일정 형기 미경과자 사면대상 제외 명기 ▲하향식 대상자 선정에 따른 공정성 시비 해소를 위해 자가 사면 신청 절차 도입 ▲사면심사위원회 위원의 외부 기관 추천 및 독립성 확보·사면심사위원회 심의서 및 회의록 즉시 공개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안했다.
현재 국회에는 사면심의위원회 위원을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각각 3명씩 지명하는 방안(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이원욱 의원),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특별사면 실시 후 즉시 공개하도록 하는 방안(새누리당 박명재 의원) 등의 사면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돼 소관 상임위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김현웅 법무부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포함된 '광복 70주년 특별사면' 최종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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