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다음카카오와의 인수합병(M&A) 이후 세금을 내기 위해 세무사를 만났는데 국세청이 이번 M&A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테니 추가 서류를 준비하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M&A 시장이 참 척박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지난 26일 제주 하얏트 호텔에서 개막한 벤처썸머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국내 M&A 시장의 열악한 환경을 이같이 지적했다.
'국민 내비'라 불리는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은 지난 5월 다음카카오에 626억원 규모로 M&A되며 성공한 벤처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런만큼 이날 기조연설 역시 이같은 M&A 성공노하우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히는 자리로 마련됐다.
박 대표는 "회사를 M&A한 이후 재무적 관점에서 이해가 안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록앤올은 지난해 매출 20억원이 채 안됐고 영업손실도 20억원 발생했는데 이런 회사를 600억원이 넘는 액수로 왜 인수를 하냐라는 질문들이었다"고 말했다.
즉 M&A를 통해 좋은 소프트웨어(SW) 기술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가치가 국내에서는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이같은 록앤올의 M&A 가치에 대해 해외 사례와 비교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스라엘 기업 중 웨이즈라는 내비게이션 회사가 있는데 록앤올과 굉장히 비슷한 철학을 가진 회사"라며 "직원수가 100명 수준인 이 회사가 구글에 1조4500억원 규모로 인수되면서 록앤올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도 구글 규모의 대기업들은 많지만 이들은 M&A보다는 용역을 통해 SW기술을 확보하거나 '그냥 만들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이니 이번 록앤올 M&A 액수에 대해 이해 못하는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같은 SW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와 함께 M&A가 불러오는 선순환 구조에 대한 이해 부족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수조원 규모 자금을 쌓아두고 정작 M&A 투자를 통해 시너지를 내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며 "만약 M&A를 통해 시너지를 내지 못하더라도 이를 통해 산업계에 일으킬 수 있는 선순환 구조에 대한 이해와 책임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선순환에 대한 단적인 예로 인재육성을 꼽았다. 박 대표는 "실리콘밸리를 살펴보면 수많은 인재들이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이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며 "대기업들의 활발한 M&A 투자가 이뤄져야 국내에서도 수많은 인재들이 벤처시장에 뛰어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환 록앤올 대표가 26일 제주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벤처썸머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벤처기업협회)
제주=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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