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평균 청년실업률이 10.0%로 지난해 9.0%를 뛰어넘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 취업애로 계층은 경제활동인구 네 명 중 한 명꼴인 116만명에 이른다. 전체 실업률은 3.7%지만 청년 실업률은 이것의 2.7배에 육박한다. 취업이 어려워지고 고용의 질도 낮아지면서 청년들의 근로 의지도 약해지고 있다. 취업을 위한 교육훈련도 받지 않고, 취업을 시도하지 않는 청년취업 포기자도 18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 낭떠러지’ 앞에 선 청년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세대간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청년실업 악화는 청년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의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도 낯선데 최근에는 집·인간관계·꿈·희망까지 포기한다는 ‘7포 세대’가 젊은 층에 회자된다. 좌절한 청춘은 우리나라를 지옥에 비유한 ‘헬(hell)조선’이라 말하고, 탈출을 위해 ‘이민계(契)’를 만들기도 한다. 청년실업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정부도 늦었지만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지난 7월27일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2017년까지 공공부문 5만3000개와 민간부문 3만5000개 등 정규직 일자리 8만8000개와 민간부문의 일자리 기회 12만5000개를 만든다는 것이다.
없는 것보다 낫지만 정부의 대책은 ‘고용절벽’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그 내용도 속빈강정이다. 정부와 재계가 힘을 합해 만들겠다는 정규직 일자리 수는 7만5000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일자리도 실질적인 청년층 신규채용으로 이어질 지 의문이다. 4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는 정년퇴직교원의 대체인력, 포괄간호서비스의 경우 30대 중후반 경력단절 여성의 채용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2만5000개의 일자리는 청년인턴 7만5000명, 직업훈련 2만명, 일학습병행제 3만명 등 일자리 ‘기회’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내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여 청년 31만명을 새로 채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통한 고용 효과는 뻥 튀겨져 있다. 정규직의 평균근속기간이 7년 3개월, 전체 노동자들의 정년이 53.7세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하지 않거나 가정 자체를 왜곡한 결과이다.
경영계도 하루걸러 청년일자리 대책을 발표하지만 대부분 재탕, 삼탕하기 일쑤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정부 방침에 짜 맞춰져 직접고용 정규직 일자리는 드물고 인턴·직무교육에 치중되어 있다. 노동계의 청년일자리 대책도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재벌개혁과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청년고용을 늘리자는 말은 옳지만 짧은 시간 안에 현실화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청년고용은 노사정 각 주체들이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해소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다. 노사정 주체들은 청년 일자리가 부족해진 근본 원인에 손을 대야 한다. 청년일자리의 핵심은 일자리 양이 아니라 괜찮은 일자리(decent wok)의 부족에서 발생한다. 고학력 구직자는 넘쳐나는데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적이다. 고용형태별(정규직·비정규직), 기업간(대·중소기업) 임금과 복지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이런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불공정성을 해소하지 않는 한 청년 일자리 해결은 요원하다.
이렇듯 청년실업의 해소를 위해서는 노사정의 협력 및 고통분담이 필요하다. 청년고용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사회적 연대’로 발전시키자. 그 동안 청년일자리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노동계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한국노총은 “청년 고용확대 및 질 개선을 위한 일자리연대협약”을 제안했다. 청년인턴제 폐지,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청년고용촉진세 도입, 고액연봉자 재원분담, 청년구직자 실업부조 등이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일자리 대안이다.
정부도 임금피크제 강요, 비정규직 사용기간(2년에서 4년)의 연장,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의 파견 허용 방침을 중단하여야 한다.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라는 말이 있다. 재벌대기업과 기업주의 솔선수범 없는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백년하청이다. 이제 사용자와 정부가 답할 때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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