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혁신안 처리과정과 함께 저에 대한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며 최근 혁신안을 둘러싼 당내 논란에 정면 돌파할 뜻을 밝혔다.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주도해 공천제도와 지도체제 변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혁신안은 이날 진통 끝에 당무위원회를 통과했고 오는 16일 당 중앙위원회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안이 부결되거나 제가 재신임을 얻지 못하는 어떤 경우에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 “대신 혁신안이 가결되고 제가 재신임 받는다면 혁신이나 제 거취를 둘러싼 논란을 끝내자”고 제안했다.
이어 “기득권 때문에 혁신이 좌절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며 “이제 저는 당 대표직을 걸고 ▲혁신 ▲단결 ▲기강과 원칙의 당 문화를 바로 세우려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혁신안에 비판적인 당내 인사들을 향해 “혁신을 부정하는 분들도, 당을 흔드는 분들도 다수가 아니다”며 “최근 당 안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깨려는 시도가 금도를 넘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표는 “개인의 정치적 입지나 계산 때문에, 또는 계파의 이해관계 때문에 끊임없이 탈당과 분당, 신당 얘기를 하면서 당을 흔드는 것은 심각한 해당행위”라면서 “이런 상황을 더 방치하면 당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인내와 포용도 최소한의 기강이 전제될 때 단결의 원천이 된다. 기강과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공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원과 국민이 재신임으로 저에게 혁신과 단결의 대원칙을 명령해주시면 저는 모든 것을 던질 각오로 당을 더 혁신하고 기강을 더욱 분명히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방법에 대해선 “앞으로 당과 의논해 결정하겠다”면서 “지난 6.4 지방선거 기초선거 정당공천 여부를 결정할 때 취한 방법(전 당원투표+국민여론조사)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정세균 고문이 ‘2017년 정권 교체를 위한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선 “아주 공감이 가는 구상”이라며 “같은 위기의식에서 나온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사전 논의한 바는 없지만, 저도 100% 공감한다”고 답했다.
앞서 정 고문은 문 대표 기자회견 직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우리당의 원로, 3선 이상 중진, 전현직 지도부, 혁신위가 모두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즉시 소집해 당의 혁신과 통합을 마무리하는 끝장토론으로 당의 진로를 결정하자”며 연석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또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가 야권 전체의 단결과 통합, 혁신의 대전환을 위해 살신성인의 자세로 대결단을 해줄 것을 호소한다"며 사실상 문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와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전격 회동해 관심을 모았다.
천 의원의 제안으로 오전 10시부터 약 40분 가량 국회 의원회관 안 전 대표 방에서 배석자 없이 만난 두 사람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호남의 민심을 잘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지금의 새정치연합 혁신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전 대표는 “우리 당이 제대로 혁신해야 한다”며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한 천 의원의 역할이 있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함께 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자체적 혁신도 어렵고 혁신으로 살아나기 어렵다고 봤다”며 “새로운 판을 짤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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