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대기업 계열 공익법인들이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함과 동시에 상속 증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영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14일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점을 비판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공익법인이 매개가 되는 이유는 기부하는 회사는 기부금 처리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기부 받는 공익법인은 증여세 등의 세금을 일절 내지 않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이 공익적 일을 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일종의 특혜다.
박 의원은 일부 재벌 총수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버지가 공익법인에 현금이나 주식을 출연한 후 공익법인의 대표자리를 아버지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방식이다.
박 의원은 삼성그룹을 예로 들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꿈장학재단 등 계열 공익법인은 삼성생명 등 계열사 주식을 시가총액 기준으로 약 5조4402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5월 삼성계열 공익재단 이사장 지위가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바뀌면서 상속 증여세를 내지 않고 계열사 지분을 확보했다.
(단위: 억원) 자료/ 박영선 의원실
박영선 의원은 "앞서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인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합병 등을 통해 상속증여세를 거의 내지 않고 수조원의 자산을 보유했다"며 "여기에 공익법인을 통한 간접적 상속증여까지 합하면 그 금액은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2006년 현대글로비스 비자금 사태 직후 1조원 사재 출연을 약속한 뒤 현재까지 보유주식 8500억원 어치를 출연했다. 박 의원은 "당시 정 회장은 사회공헌재단 출범으로 사회에 봉사할 기회가 생겨 영광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편법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현행법상 상속증여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내국법인의 의결권있는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해선 안된다. 다만, 성실공익법인은 10%까지 가능하다. 성실공익법의 요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공익법인을 통하여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받았다. 삼성계열 공익법인들이 향후 편법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계열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이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박 의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 삼성SDS 지분 17.1% 등 약 12조원의 지분 가치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평가비율 산정 시에는 이들 지분가치보다 적은 약 9조원으로 평가됐다.
반면, 제일모직은 순자산가치가 약 5조원에 불과했지만 평가비율 산정 때는 약 22조원으로 평가됐다. 1개월이라는 단기간의 주가만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다.
박 의원은 "공익법인이 편법 상속·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돼 세금을 걷어야 할 곳에서 걷지 못하고, 불공정합병 등을 통해 재벌의 일가족이 수조원의 부를 거머 쥐고 있다"며 "반면 일반 소액주주나 국민연금이 큰 손실을 보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일반 국민이 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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