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동결 이후에도 신흥국 위기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통화가치는 연일 하락하고 있고 외국인 자본 유출도 이어지면서 오히려 경제상황이 더 쪼그라드는 분위기다.
금리동결로 신흥국 통화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한 1차적인 조건이 충족된 셈임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글로별 시장에서도 신흥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올해 신흥국 국내총생산(GDP)도 기존 6.3%에서 5.8%로 낮춰잡았다. 이는 1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금리동결 이후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듯 했던 신흥국 통화가치가 다시 하향세로 접어들자 일각에서는 금융시스템 붕괴나 외환위기 발생까지 경고하고 있는 상태다.
말레이시아 링깃화는 지난 8일 기록한 연고점인 4.3393 링깃에 바짝 다가서면서 지난해대비 무려 20% 넘게 폭등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17년래 최고치까지 치솟았고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대비 환율이 현재까지 53%나 폭등했다. 지난 2002년 이후 최고치다. 시장에서는 이들 국가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강등설까지 파다하게 퍼지고 있다.
◇(자료=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즈(FT)는 "연준의 금리동결은 신흥국 경제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는데 실패했다"며 "단기적으로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신흥국 위기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경제 펀더멘털이 취약한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추가적으로 급락할 경우, 심각한 위기수준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 엥 말레이시아 소재 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은 여전히 금리 인상의 단서를 분주히 찾아내고 있다"며 "신흥국 위기는 아직 절정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HSBC도 "부채가 많은 국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에 특히 취약하다"며 "브라질,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이어 "특히 브라질은 정치적 리스크까지 안고 있는 터라 헤알화가치의 반등 가능성은 거의 없어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금리를 동결한 이후에도 신흥국 통화가치는 끝 없이 추락하고 있다. 사진은 마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의 증권거래소 모습. (사진=뉴시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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