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사상 재위기간이 가장 짧은 왕은 누구일까요? 왕좌에 오른 지 고작 3개월 만에 자리를 내줘야 했던 왕이 두 명 있습니다. 고려의 순종과 통일신라의 신무왕인데요, 병으로 죽은 순종과 달리 신무왕의 인생은 파란만장하고도 허무했습니다. 아버지가 왕위 다툼에서 패해 피살된 후 장보고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켜 왕위에 올랐지만, 등에 난 종기 탓에 일찍 죽은 겁니다.
신무왕이 집권하던 시기를 전후로 통일신라는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데요, 당시를 통일신라의 쇠퇴기로 보는 이유가 있습니다. 신무왕 집권 전후로 10여년 사이 왕위가 무려 5번이나 교체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상황을 기준으로 정권이 자주 바뀐다는 것은 정치 상황이 불안정함을 의미하고, 이 경우 사회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문화사적 시각에서도 이러한 혼란기에 만들어진 왕릉이나 조각은 형태가 부실하고, 다듬어진 선도 뚜렷하지 않다고 합니다. 불안한 시기에 만들어진 만큼 예술성을 담보하기 어려운거죠.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잦은 왕권 교체가 통일신라의 쇠퇴를 불러온 것처럼, 증시에서도 최대주주가 자주 변경되는 상장사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대부분입니다. 금융감독원 분석에 따르면, 짧은 기간 안에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상장사의 경우 상장 폐지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최대주주가 단기간에 바뀐다는 건 그만큼 회사 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경영도 불안정함을 암시하죠. 당연히 실적 부진과도 연결되고요.
최근 몇 년간 코스닥사의 최대주주 변경 공시가 자주 나오고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들 기업의 경우 주가 변동성도 극심하기 마련인데요. 주가는 주로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 공시가 나온 전후 상한가로 직행하는데 며칠만 지나면 급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자들은 섣불리 추격 매수에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볼 수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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