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가 낙하산 인사 논란과 노조위원장 공석사태 장기화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투협은 이날 오후 임시총회를 열고 신임 자율규제위원장에 미래창조과학부 출신 김준호 전 우정사업본부장을 선임했다. 임기는 오는 2018년 9월23일까지 총 3년이다. 자율규제위원장 자리는 지난 2월7일 박원호 전 위원장이 임기를 마친 이후 7개월 넘게 공석이었다.
금투협이 업무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출신 공무원을 자율규제위원장으로 선임함에 따라 부당인사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율규제위원장은 금융투자회사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조사와 자율 제재, 자율 분쟁 조정 업무 등을 총괄하는 자리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업무 연관성이 많이 떨어지는데, 제대로 된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본부장은 금투업계 경력이 전무한 미래부 1급 공무원 출신이다. 그의 이력만 보면 행정고시 합격 후 여의도우체국 우편2과장, 정보통신부 우정국 국제우편과장,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우정사업본부장 등을 거친 점을 볼 때, 금융투자업계와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앞서 박원호 전 위원장이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국장, 금융감독원 부원장 등을 역임한 것과 대비되는 경력이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23일 이번 인사에 대해 금융투자협회 등에 공문을 보내 이번 인사 논란과 관련해 적절한 조치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등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신임 자율규제위원장의 전문성 부족에도 불구하고 대외협력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협회에 비해 (금융위 등) 외부와 많이 일을 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네트워크 등 대외적인 측면 등에서는 유연한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전문성은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 이를 만회하는 업무 수행능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투협 입장에서도 정부와 업계 양쪽 시선을 모두 고려해야 할 상황이어서 난감할 것”이라며 협회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금투협이 낙하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파행 운영되고 있는 노조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 노조 임원 선거가 계속 지연되면서 노조위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된 지 3개월가량 지났지만, 입후보자 모집에 연이어 실패하면서 임원 선거는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금투협 노조위원장 자리는 지난 6월 중순 전 노조위원장이 미신고계좌를 통한 주식매매 혐의로 사퇴한 뒤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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