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현대차 주식 316만여주 매입 배경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세 경영의 가속화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경영권 승계와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는 어렵지만 향후 승계작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24일
현대중공업(009540)이 보유한
현대차(005380) 주식 총 440만주 중 316만4550주를 매입했다. 이날 거래는 장 마감 후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이뤄졌고 주당 가격은 이날 현대차 종가 15만8000원으로 책정됐다. 총 거래가격은 4999억9890만원이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정 부회장은 현대차 주식 317만995주(1.44%)를 확보하게 됐다.
정 부회장은 앞서 자신이 보유하던 이노션과 현대글로비스 등의 지분을 매각하며 약 1조원의 현금을 확보했고, 이번 현대차 지분 인수에 일부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식 매입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안정적 경영과 주주가치 훼손 방지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며 경영권 승계 분석에는 선을 그었다. 특히 현대중공업에서 먼저 현대차그룹에 매수 의사를 타진하면서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이번 현대차 지분 매입은 순수하게 안정적 경영과 주주가치 훼손 방지를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며 "재무구조를 개선 중인 현대중공업 쪽에서 먼저 요청이 왔고 현대차 지분이 제 3자에게 매각되면 주주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 부회장이 직접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정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재계와 증권가를 모두 놀라게 했다. 정 부회장이 확보한 자금은 현대차 지배구조 핵심인
현대모비스(012330) 주식을 매입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향후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하는 지분 구조로 개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어서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대하는 것이 정해진 수순으로 보였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 주식 매입의 주체가 된 것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 규정으로 현대차 추가 지분 획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조선업황 침체로 최근 몇 년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자금 확보를 위해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영권 승계와 이번 주식 매입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지분거래는 재무건전성 개선이 필요한 현대중공업그룹의 현금 확보 노력의 일환"이라면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대주주간 대량매매를 통해 대규모 지분이전에 따른 주가 혼란을 방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지배구조 변화가 이뤄진다고 가정한다면 정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을 현물출자하고 이를 현대모비스 유상증자 물량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그런 계획이었다면 정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의 현대차 지분 전량을 받아왔을 것이고, 현대모비스의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부양 결정도 유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국 이번 지분 매입은 기존에 현대차 주식을 거의 보유하지 않았던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건재하고 정 부회장의 경영 성과와 후계 입지가 탄탄해 안정적 경영 및 주주가치 훼손 방지 차원에서 정 부회장이 현대차 주식을 사들였다는 현대차의 설명에 힘이 실린다"며 "그러나 현대차 지분이 거의 없었던 정 부회장이 이번에 주식을 매입하면서 향후 경영권 승계 작업에 어떤 식으로는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지난 24일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차 주식 총 440만주 중 316만4550주를 매입했다. 사진/ 뉴시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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