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는 핵심인력이 따로 없습니다. 직원 모두가 핵심인력입니다."
경기도 파주에서 칫솔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최일규 대표는 올해 초 직원 120명 중 70명의 내일채움공제 가입을 지원했다. 6개월 이상 재직자에게는 모두 가입기회를 제공했다.
최 대표는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숙련공을 유지함으로써 품질이 향상되고 직원 간 화합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며 "이것이 바로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겠냐"고 기대했다.
최 대표는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야간근무가 많고 급여가 낮아 직원들에 대한 보상을 고민하던 차에 장기재직 인센티브로 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하게 됐다. 그는 "회사에 재직하는 동시에 목돈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직원들이 많이 가입한 것 같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1일 한국서부발전, 한국가스공사와 '에너지 중소기업 글로벌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중진공은 특히 이번 협약을 통해 두 기업의 내일채움공제 사업을 지원키로 했다. 임채운 중진공 이사장(앞줄 왼쪽부터 8번째),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부터 7번째), 조인국 한국서부발전 사장(왼쪽부터 9번째) 외 관계자들이 업무협약식에서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중소기업진흥공단
내일채움공제는 기업주와 핵심인력 근로자가 매월 일정금액을 공동으로 적립하고, 핵심인력 근로자가 만기(5년)까지 재직할 경우 공동적립금을 성과보상금(인센티브)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이직의 증가로 인해 중소기업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중소기업 장기재직 공제사업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34.5%가 최근 3년간 핵심인력의 이직으로 인해 경영상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핵심인력 퇴사로 인해 대체인력 1인당 4607만원의 경비가 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수 기술인력의 중소기업 유치 및 장기재직을 유도하기 위해 핵심인력에 성과보상기금인 내일채움공제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이래 13개월만에 가입자가 8000명을 넘어섰다.
공제에 가입된 근로자가 5년간 중소기업에서 재직하게 되면, 복리이자를 포함해 본인이 납입한 금액의 약 3.6배인 2756만원(이율 2.33%, 세전기준)의 성과급을 수령하게 된다. 최초 5년이 지난 후 3년에서 5년 단위로 재가입도 가능하다. 중도 해지시 납입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회사의 경영 불안정 등 외부 사정으로 인한 해지시 회사의 납입금 또한 받을 수 있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이를 '중소기업형 스톡옵션제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기업공개(상장)를 고려치 않는 중소기업의 근로자에게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지분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영권 침해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도 고안됐다. 중소기업납입금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연구·인력개발비로 법인세 또는 사업소득세에서 세액공제 적용 가능하다. 한국남동발전이 협력사의 납입금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든 이래 최근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서부발전까지 이에 합류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시행 1년을 맞은 내일채움공제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장기재직 유도, 생산성 제고 효과와 함께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 모범사례로 정착되고 있다"면서 " '중견기업법' 개정을 통해 가입범위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해 더 많은 기업들이 내일채움공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내일채움공제의 확대를 위해 정부는 한국형 히든챔피언 및 기술혁신형 IP통합솔루션 지원사업 등 중소기업청 주관 지원사업 평가시 공제 가입 기업을 우대하기로 했다. 타부처의 사업과도 점차 연계할 계획이다.
내일채움공제 개념도.
김정열 중진공 성과보상사업처장은 "내일채움공제 가입을 통해 중소기업은 자생력을 강화하고, 근로자는 성과에 대한 보상과 함께 기업의 핵심인재로 인정받았다는 자긍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공제계약대출 도입, 핵심인력 역량강화 시범교육 실시 등 공제사업 활성화 및 가입자 만족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소기업연구원의 '핵심인력 성과보상기금 1주년 현황 및 과제'결과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경기도를 제외한 비수도권의 가입인원은 전체의 57.7%를 차지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가입인원이 전체의 75.5%로 나타났다. 근속년수별로는 3년 미만이 2439명으로 50.2%로 집계돼 이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근속년수 3년 미만 인력의 가입률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연구원은 내일채움공제의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지원정책과의 연계 강화 ▲대기업 가입시 인센티브 부여 ▲중소기업 핵심인력 전용 교육 및 복지 프로그램 도입 ▲핵심인력 성과보상기금 사업 외연 확대 등을 주문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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