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포스코가 이달부터 국내 철근 시장에 뛰어들면서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관련업체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에는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향후 수입재들에 국내 진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포스코는 최근 베트남 법인인 포스코 봉형강 공장(POSCO SS VINA)에서 생산한 철근과 H형강의 KS인증 취득을 완료하고 이달 본격적인 국내 진출을 위한 시장 조사에 돌입했다.
앞서 국내 봉형강 시장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대형 업체들이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 한국철강, YK스틸, 환영철강, 대한제강, 한국제강 등 중소 업체들이 진출해있다. 그동안 포스코는 베트남 현지 공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만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국내 철근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자 국내 다른 철근업체들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6개 제강회사는 지난달 22일 산업통상자원부를 찾아 포스코의 철근·형광 국내 수입에 대한 반대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업계는 조선시장의 지속된 불황 속에 최근 건설경기가 살아나며 겨우 숨통을 튼 가운데 포스코의 국내 철근 시장 진출은 중소형 철강업체 등 국내 철강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의 철근 수입은 당장 현대제철이나 동국제강 같은 대형 철강업체들보다는 철근을 주요 제품으로 다루는 소형철강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이번 철근 수입은 고객사들이 제품을 구매하며 철근을 함께 필요로 하는 경우도 있고 포스코 내부의 자체 소비량도 많아 이를 위해 들여오는 것"이라며 "국내 전체 시장의 1% 미만 수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베트남 현지 공장의 총 생산량은 100만톤 수준이며 포스코는 이중 10만톤 안팎으로 국내 시장(900만톤 규모)에 수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입 철근은 포스코의 설명대로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패키지 수주를 통해 포스코건설 등 계열사에 납품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주장대로 당장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향후 중국재 수입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가 나서서 수입을 하는 상황에서 다른 중국업체들의 수입을 막을 명분이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실리를 위한 논리를 계속 내세울 경우 그동안 국내 철강업계가 펼쳐온 수입재 방어선에 구멍이 커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지금 철근에서 형판·강판 등 다른 제품들까지 수입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로 정부 역시 이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니 국내 철강업계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번 철근 수입은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일 뿐 포스코가 직접 관리하는 제품으로, 중국 수입제품들과의 비교하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전자업체들이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부품으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이를 수입제품이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경북 포항시 철근 생산 업체 현장에 쌓여있는 철근들.(사진/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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