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탠다드 차타드(SC)그룹이 고위급 간부 10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가면서 한국 SC은행 직원들도 잠재 감원 대상에 올랐다. 이번 구조조정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어 내부적으로 불확실성이 점증되는 분위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글로벌 SC차원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구조조정 조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주말 빌 윈터스 SC그룹 신임 회장이 다음 달 말까지 고위급 간부 1000명을 감원하겠다는 내용의 메모를 직원들에게 일괄 전송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 SC 소속 간부급 직원이 4000명 수준이어서 간부 4명 중 1명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셈이다. 메모에는 일부 자산 매각하고, 사업성이 좋지않은 사업을 접고 철수할 것이란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한국SC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 소식에 "글로벌 SC은행이 허리띠 졸라매기를 하는 것 같다"며 "이번 감원 조치는 신흥국 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 SC은행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계심을 놓지 않았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가)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일단 어떤 조치가 취해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SC그룹이 딱집어 한국SC은행을 손보겠다고 밝히지 않았지만, 이번 구조조정의 규모와 SC그룹 대변인의 말을 감안하면 한국SC은행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SC그룹 대변인은 "빌 윈터스 회장이 직원들에게 건넨 메모는 기존에 시행하겠다던 계획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관리직 직원을 줄여나가는 한편, 성과를 내는 사업에는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종로구 한국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의 모습. 사진/뉴시스
대변인의 말처럼 SC가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도 SC는 빌 윈터스 신임 회장의 뜻에 따라 비용절감 전략 차원에서 최고위 간부급 임원들을 재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SC은행 철수설이 재부각된 것도 바로 이때쯤이다.
빌 윈터스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나온 보고서 내용도 이같은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SC그룹은 보고서를 통해 "적정 수준의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규모가 크지 않거나, 강점이 없는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과감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한국에서는 이미 저축은행과 캐피털, 주식영업 부문을 매각했지만, 앞으로 추가 조치를 단행할 수 있다"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국을 방문한 윈터스 회장이 한국SC은행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덕분에 한국SC은행 철수설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지만, 언제 다시 떠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업환경 악화로 SC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의 약 90%를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국에서 올리는 SC그룹은 최근 중국 경기성장 불확실성, 미국 기준금리,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SC그룹의 올해 적자 규모를 40억달러로 추정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한국SC은행 또한 은행의 총이익 중 90%를 차지하는 이자이익이 감소하는 등 수익구조가 악화됐다. 금융감독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2분기 3077억400만원이었던 이자순이익은 올 2분기들어 2459억6900만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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