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이 시중은행에게 밀렸던 자산관리(PB)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5000만원의 소액 예금자에게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영업방식으로는 주요 은행들의 '문턱 낮추기' 공세에 밀릴 수 있는 데다 저금리 기조로 악화된 수익성을 만회할 방편이 딱히 없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PB 서비스 대상층을 확대하고 자산 수준별 맞춤형 상품을 마련했다.
10억원 이상의 고액 자산가만을 상대하던 기존의 영업 형태를 벗어버리고, 5000만~1억원 사이의 고객에게도 PB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씨티은행은 오는 11월부터 자격 요건을 금융자산 5000만원으로 대폭 낮춘 PB 서비스 '씨티프라이어리티' 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2억~10억원 사이의 고객을 상대로는 '씨티골드'를, 10억원 이상 고객에겐 '씨티골드프라이빗클라이언트'를 제공하는 등 기존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강화했다.
아울러 전세계 440명이 넘는 리서치 전문가들이 70개 국가, 3300개 이상의 종목에 대해 작성하는 자료를 발간하는 외국계 은행의 강점을 살려 등 글로벌 리서치 역량을 강화하기로 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일부 국가에 편중되지 않고 글로벌 전체를 조망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며 "글로벌 리서치 부문에서 자체 전망을 제공하는 은행은 국내에 몇 안된다"고 강조했다.
씨티은행의 WM 특화씨티은행의 WM 특화 지점. 사진/뉴시스 지점
SC은행 또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투자전략과 시장전망을 적시에 제공하는 전략을 짰다. 또 지금 당장은 부자가 아니어도 잠재성을 보유한 고객이란 판단이 서면 PB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객층 확보에도 열중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올 연말까지 1억원 이상 예금잔액을 보유한 고객 중 일부를 PrB(프라이어리티 뱅킹) 고객으로 분류해 프리미엄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100만 포인트를 부탁해'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외국계은행들이 이처럼 PB 고객 요건을 낮추고 서비스를 강화한 이유는 시중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함이다. 부자고객에 대한 PB 서비스는 그동안 외국계 은행들이 공을 들여왔던 분야다.
시중 은행들이 최근 들어 영업점 수를 늘리거나 서비스 제공 기준을 '자산보유 2억원 이상'으로 낮추는 식으로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은 자산관리 서비스 자격 요건을 금융자산 3억원에서 1억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파격을 단행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외국계 은행들과 주요 은행들은 이런 일련의 조치로 고객층이 두터워지면, 자산관리 서비스에 따르는 수수료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의 개인은 한국에 약 18만2000명이 있다. 여기에 금융자산 2억~10억원을 가진 부유층 70만가구와 가계소득 7000만원이 넘는 20~40대 신흥부유층 190만가구를 합치면 총 278만2000명이 PB 서비스의 잠재고객이 되는 셈이다.
한편 금융권 관계자는 각 시중 은행들이 PB 진입 문턱을 너도나도 낮추는 바람에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수료 낮아진데다 금리도 많이 떨어지자 고부가가치 사업에 은행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이라며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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